[경상시론]울산 공업탑의 ‘비밀’과 시대적 ‘의미’
국가 위험사태일 때 국회의사당의 돔 뚜껑이 반으로 열리면서 로봇 태권브이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당연히 그 말을 진짜로 믿는 사람들은 없다. 다만, 국가 위기 상황일 때 진짜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믿음으로 이 소문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바로 신화(Myth)가 갖는 일종의 상상력이며 이것이 바로 콘텐츠가 갖는 힘이다.
울산에는 ‘공업탑’이 있다. 알고 있는 바로 그 ‘공업탑 로터리’의 공업탑이다. 그렇지만 울산 공업탑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공업탑은 다섯 개의 기둥이 지구본 모양의 구를 떠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서 다섯 개의 기둥은 무엇을 의미할까? 가끔 울산시청 회의 때 참석해 공무원과 회의참석자 들에게 물어도 대답에 정답은 없었다. 다섯 개의 기둥이니 ‘울산시의 5개구·군을 의미’한다는 답이 제일 많았다. ‘오거리가 만나는 곳’이니 다섯 개다. 다 틀린 답이다. 정답은 ‘인구 50만 도시로 성장하라는 염원’이 담긴 상징이다. 공업탑 건립 당시 만해도 울산시의 인구가 10만이 채 안되었던 때다. 현재 감소하기는 했지만 인구 112만의 대도시로 성장했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을 정도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른 공업탑의 완전한 명칭은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이다. 1967년에 세워졌다. 공업탑은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고, 울산공업센터가 조성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5년 뒤인 1967년 4월20일 건립되었다. 부산 서면로터리의 국가재건비를 세웠던 박칠성 선생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후 10년 뒤인 1976년 한차례 재단장하며 화단과 분수대가 조성되었고 50년을 맞은 2010년 공업탑정비공사로 현재와 같이 재단장 되었다. 그러나 지구본을 황동이 아닌 철로 제작해 1년여 만에 녹이 스는 것을 경상일보가 알렸고 지구본을 그래서 황동으로 다시 제작해 교체한 바 있다.
1962년은 울산뿐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숫자다. 울산공업도시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시작된 시점이기도 하다.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2~1966년) 기간에 울산비료공장과 울산정유공장이 조성되었다. 이 기간 중 울산에 투입된 투자액은 우리나라 전체 투자액의 10.7% 수준인 453억원에 달한다.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67~1971년) 기간에 영남화학과 한국비료공업이 가동되었다. 동양나이론과 현대자동차도 이 당시 준공되었다. 이후 1969년 석유화학공단이 만들어졌고 한양화학, 대한유화, 선경화섬, 이수화학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제3차 경제개발5개년계획(1972~1976년)에 현대중공업 등이 착공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역사는 그래서 우리나라 경제개발의 역사와 동일하다. 울산시의 변화는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빈민국가에서 개발도상국,다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국가 성장의 변천사와 동일하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곳’으로 성장한 도시가 바로 울산이다. 신화의 도시가 울산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공업도시로 지정된 1962년 이후 50년이 되기도 전에 인구 120만을 넘어섰던 울산의 인구는 현재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인구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공업도시 울산의 일자리 감소와 상호 상관된다. 일자리가 줄면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울산시의 주택수요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산업생태계와 인구 그리고 집값은 이렇듯 서로 연관된다.
다시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 울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신화가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울산과 같은 지방 도시가 살아나야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방 울산을 볼모로 삼겠다는 것이 아니라 울산이 우리나라 공업화의 선봉이었듯 다시 한 번 성공 신화의 매개로 상생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내년이면 울산은 공업도시 지정 60주년을 맞는다. 인생으로 치면 60갑자를 맞는 회갑이다. 내년 맞을 60주년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울산이다. 지나온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맞을 시간이다. 화려한 과거가 아니라 비전(vision)이다. 울산 공업탑의 상징성과 의미를 믿듯, 울산의 미래를 믿는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