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녹지가 사라지면 울산의 미래가 사라진다

2021-08-11     이재명 기자
울산지역 녹지가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인구가 급증해 도시개발이 곳곳에서 진행됐다고 하지만 이제는 인구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판국에서 녹지 잠식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울산시와 구·군은 팔짱만 끼고 있다. 아니 개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민선 단체장들의 개발중심 정책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녹지 잠식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울산만큼 속수무책으로 수수방관하는 지자체는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2018년부터 시작한 야음지구 임대주택단지 개발 사업의 경우 지난 2019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지구 승인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울산시민들은 그 때까지 이 곳에 아파트가 들어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울산시는 LH와 국토부로부터 부지 선정과 승인내용을 통보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는 시민들에게 이에 대해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다. 환경단체가 떠드니 그제서야 못이긴 채 반응을 보였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야음지구는 공해차단녹지다. 이 차단녹지는 한마디로 공단과 도심이 대치해 있는 치열한 전선이다. 그런데도 시는 이 땅을 슬그머니 LH에게 내주었다.

민간조합이 남구 삼호산에 지으려는 총 2460가구분의 아파트단지는 또 어떤가. 이 일대는 시영아파트와 제일고등학교 사이의 마지막 남은 녹지다. 이 일대가 개발되면 남산의 녹지축은 완전히 단절된다. 남산의 녹지는 북쪽 사면만 남아 있는 상황인데 이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남산은 마을 동산만도 못한 초라한 몰골로 변할 것이 확실하다. 이 와중에 남구청은 원활한 교통 흐름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제안을 조건부 수용했다.

이 밖에도 울산은 곳곳의 개발이 예정돼 있다. 특히 화정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이 추진하는 (가칭)화정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마지막 남은 동구의 녹지인 옛 방어진공원을 잠식, 동구지역을 갈수록 사막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어진공원은 지난 1970년 310만㎡ 규모의 근린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현재 공원 면적은 59만1722㎡밖에 되지 않는다.

녹지의 잠식은 공원 일몰제 적용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그 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녹지보존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도시개발사업자들이 녹지를 훼손해도 속수무책으로 있거나 아니면 오히려 방기는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단체장들이 녹지개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울산은 미래가 없는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