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물 좋고 정자 좋은 울산으로
넓고 넓은 미국 땅에서 살기 좋은 곳이 어디일까? 여러 도시나 기관을 평가하고 많은 지표를 발표하는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가 ‘US News and World Report’이다. 올해도 7월에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하였다. 언어와 문화, 생활이 전혀 다르지만 의식주 문제와 자녀교육, 일자리와 소득 문제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살기 좋은 곳을 평가하는 5대 척도는 ‘삶의질’(가중치, 26.0%), ‘내집마련’(23.7%), ‘일자리’(21.2%), ‘도시선호도’(16.3%), ‘인구순유입’(12.8%)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도시선호도’ 지수만 사람들의 의향을 조사한 것이고 나머지는 실제 자료이다.
‘삶의질’은 그 지역의 범죄율(30%), 건강관리의 품질 및 가용성(10%), 교육의 질(25%), 웰빙(15%), 통근 지수(20%)로 구성되어 있다.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각종 범죄율이며 건강관리의 품질과 가용성은 그 도시의 병의원과 병상 수, 진료 가능한 장비 등에 대한 통계이다. 교육의 질은 지역의 학교 수와 그 학교들의 (우수)대학 진학률, 취업률 등을 계산한 것인데 타 지역과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 자료를 이용한 것이다. 웰빙 지수는 지역 주민들이 사회, 금융, 거주 등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다. 통근 지수는 도보, 대중교통, 자동차 또는 자전거 등으로 통근하는데 소요되는 평균시간이다.
‘내집마련’은 연평균 가계소득과 연간 주거비용으로 계산한다. 소유자와 세입자의 입장이 다르긴 하겠지만 소유자도 세입자처럼 주택의 규모와 가격을 고려하여 계산한다. ‘일자리(고용시장)’는 실업율과 평균급여로 계산한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많으면 인구 유입의 유인이 된다. ‘도시선호도’는 어느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지를 설문조사한 것이다. 전 국민에게 고루 물어보고 선호도가 높은 순으로 순위를 매겨 점수화한 것이다. ‘인구순유입’지수는 실제로 인구가 늘어난 지역과 감소한 지역을 순위로 매겨 점수화한 것인데, 출생과 사망으로 인한 자료를 제외한 순 유출입을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얻은 자료는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비교가 가능하도록 표준화 하였다.
우리나라의 각 (도시)지역을 중앙부처나 어느 기관에서 조사하여 공개하면 어떨까 싶다. 서울이라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주택구입가능성이나 삶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면적으로 겨우 국토의 0.6%인 서울과 나머지 11%인 수도권에 인구의 50%, 경제력의 80%가 몰려 있다. 100대 기업의 84%, 1000대 기업의 75%가 수도권에 있고 지식재산과 문화재산의 가치는 90%가 넘지 싶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났다.
삶의 질과 내 집 마련, 일자리를 생각해 보자. 동남해안의 울산은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맑은 공기와 쾌적한 환경이 있는 곳이다. 울산은 범죄 없는 안전한 도시에 내 집 마련이 어렵지 않은 곳이다. 온산산단과 대기업이 혁신하고 KTX울산역 인근 복합특화단지가 개발이 되고 도시근교에 스마트 팜을 늘리면 더 많은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연결되는 도로망은 인구를 빨아들이는 빨대가 되어야겠다. 한때 전국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단연코 높았던 때가 있었다. 공업탑 60년이라 외지인의 뇌리엔 아직도 공업도시로 남아있지만 이제 산업수도 울산은 일자리 수도다.
간절곶에서 해맞이를 하고 신선이 달을 보듯 간월산에서 해풍을 맞으며 달빛아래 산악영화를 본다. 공원, 둘레길, 등산로도 압권이니 저절로 웰빙이다. 땀 흘려 일하다가 동남해안선을 따라 고래 떼를 보며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곳 아니던가? 국제화의 시대, 이곳에서 빼어난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 만들고 가꾸자. 물 좋고 정자 좋은 고장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일지니!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