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증하는 드론 사생활 침해, 조속한 대책 마련해야
2021-08-18 이재명 기자
지난 12일 북구 울산송정호반베르디움 단지에서 드론이 날아다니면서 항공촬영을 하자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드론으로 항공촬영을 한 조종사는 관계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해당 드론은 사전에 단지 내 항공촬영과 관련해 아파트 측과 협의한 적은 없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지난 6일 오전 4시께 송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주민들은 “누가 어떤 용도로 드론을 날린건지, 합법적인 촬영인지 알수가 없으니 신경쓰인다. 혹 남의 집안까지 촬영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부산에서는 드론을 날려 고층 아파트 창문을 통해 성관계 장면 등을 촬영한 일당에게 실형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공범 30대 B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고층 아파트 근처에서 드론을 띄운 뒤 창문을 통해 입주민들을 촬영하다 붙잡혔다. 드론 내에서는 불법 촬영된 성관계 영상이 다수 발견됐다. 범행에 사용된 드론이 추락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지만 대부분의 경우 잡기도 힘들고 처벌도 쉽지 않은 게 이런 범죄의 특징이다.
정부는 불법 드론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해 각 부처와 합동으로 통합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드론캅(드론경찰)도 띄웠다. 불법 드론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제라도 정부가 불법 드론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범죄에 사용되는 드론은 대부분 눈에 잘 안 띄는 소형인만큼 단순히 크기가 작거나 레저용이라는 이유로 그냥 둬서는 안될 것이다.
드론은 택배, 방역, 측량, 순찰 등 많은 장점이 많다. 정부가 드론 산업 성장을 위해 지나친 규제는 피하려는 입장임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정식 등록된 것만 1만2000여대, 소형까지 합하면 10만여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드론이 여러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면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