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공위성을 재난관리에 활용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2021-08-19     경상일보

영화 ‘지오스톰’은 가까운 미래에 기후변화로 지구에 갖가지 자연재난이 속출하는 가운데 전 세계 인공위성 조직망을 통해 기상현상을 제어한다는 다소 황당하지만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영화이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위성은 지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자연현상들을 24시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만능의 기계로 묘사되곤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일 것 같은 인공위성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수단으로 이미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상위성을 이용한 일기예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고해상도 광학위성을 이용한 인터넷 위성지도 서비스 등이 좋은 예이다.

지구표면에서 수천 킬로미터 높이에서 일정한 속도로 비행하는 인공위성은 지상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정보획득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 방송·통신, 지구관측, 자원탐사, 안보, 재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하고 있다. 국제통계에 따르면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전 세계의 인공위성은 3372기에 달한다.

위성개발 선진국들은 위성정보를 재난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자국위성으로 촬영한 영상을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공유하면서 국가적 위상제고를 높이는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위성을 보유하고 있어 수집된 위성정보를 재난관리 담당기관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국가 간 위성정보 공유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위성자료와 활용기술에 관한 정보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재난시에는 유럽우주기구가 콘트롤타워로써 회원국 간 위성정보 유통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호주는 자체적으로 위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위성이 자국을 통과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효율적인 위성정보 수집체계 및 첨단의 재난위험 분석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공수요를 중심으로 최근 비약적인 위성개발 기술발전을 이루었지만, 고해상도 위성 위주의 운용으로 적시에 필요한 지역의 촬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재난관리 활용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역화·복잡화 되어가는 최근 재난발생의 특성상, 광역지역에 대한 관측정보는 대부분 위성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난관리 분야에서 위성활용의 중요성은 향후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현재의 10배 수준의 인공위성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재난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내실있는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재난관리 목적으로 인공위성정보의 수신설비를 이용하여 10종의 위성데이터를 수신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기구와 연계를 통해 재난 등의 긴급상황시에 활용할 수 있는 위성정보의 수급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수집된 위성데이터를 재난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폭염, 가뭄, 지반변위 등 다양한 재난유형에 대한 위험분석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 대형재난 관리에 있어서 인공위성정보 활용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위성개발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 지는 환경 속에서 재난안전분야에서는 국내외 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재난시 활용 가능한 위성정보의 양적인 증대를 모색하면서 위성기반의 첨단 재난분석 기술개발로 다가올 미래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상권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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