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워스트 공무원 설문조사’ 인사시즌 맞물려 취지 퇴색

2019-11-24     최창환

울산시공무원노조 오늘 마감
5급 이상 3급 이하 간부 대상
인사철 파벌로 경쟁자 제거 등
진급 위한 ‘인기투표’로 변질
올해 시의원도 대상에 추가
정치중립 등 선거법 위반 소지
각종 혼란·폐단 양산 지적도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편성 핵심과제 선정 등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울산 공직사회는 ‘인기투표’에 한창이다. 마녀사냥 논란을 비롯해 하반기 울산시 인사시즌과 맞물리면서 각종 폐단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의원들까지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법위반 논란까지 휩싸였다.

24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은 베스트(Best)&워스트(Worst) 간부공무원을 뽑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지난 15일 시작했고, 25일 마감된다. 조사 대상자는 5급 이상 3급이하 공직자다. 행정직과 기술직으로 나눠 급수별로 1명씩 총 6명의 베스트와, 6명의 워스트를 선정한다.

내부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는 조사의 질문내용은 ‘3급(4급, 5급) 베스트(워스트) 공무원은 누굽니까’ ‘이름은’ ‘이유는’ 등이 주를 이룬다. 공무원노조는 집계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매년 시행되는 조사는 부서장의 직권남용 등 독단적인 행위를 차단하고, 공생적 분위기 제고가 목적이다.

노조 조합원들의 권익향상 등의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폐단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설문조사 시점이 시의 하반기 인사에 맞물려 당초 취지와 달리 왜곡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진급 경쟁자를 주저 앉히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공직사회는 꼽는다. 학연, 지연, 혈연 등 세력을 만들어 ‘마녀사냥’ 식으로 경쟁자를 워스트 공무원으로 만든다는가, 반대로 자신들이 미는 공무원을 베스트로 만드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급 대상자들은 ‘설문조사’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동료직원들에게 서로 찍어달라고 ‘애걸’하기도 한다. 건전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해 시행한 조사가 진급을 위한 인기투표로 변질됐다는 게 공직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다.

울산시 A공무원은 “간부공무원의 업무능력을 평가하기 보다는 일과 전혀 동떨어진 인간적 성향만을 보고 판단하는 조사”라며 “인사 문제를 떠나 워스트로 뽑힌 공직자는 인격모멸감까지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1년 내내 잘하다가도 이 시기에 잘못하면 바로 찍히는 것”이라며 “진급 대상자들은 설문조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공무원은 “고교 동문이 워스트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오면, 동문이 조직적으로 나서 베스트 뽑기에 주력한다”며 “워스트는 진급에서 누락시킬 대의명분이 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노조가 올해 시의원들을 조사대상에 추가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감사권한, 예산결정 권한을 가진 ‘갑’ 위치에 있는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시의원들은 견제와 감시 대상자가 도리어 감시기구를 평가한다는 것은 견제와 감시를 무력화시키는 시도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제는 설문조사 공표에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는 최근 정부법무공단에 법률해석을 했고, 공단은 공무원의 정치적중립 의무 위반과 공직 선거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울산시는 공무원노조에 법률해석 결과를 통보했고, 공무원노조는 타 지자체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폭언을 한다든지, 비합리적으로 자료와 업무를 요구한다든지, 시의원들은 업무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공무원들이 받아들이는 때는 갑질”이라며 “다만 인격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베스트 의원만 밝히는게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