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급은 그대로인데…추석 밥상 물가에 달린 민생고
2021-08-20 이재명 기자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에 신선식품 위주로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금치(1㎏)는 2만6223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4.3%나 올랐고, 수박은 1통에 2만4816원으로 31.3%, 참외는 10개 기준 2만1039원으로 26.5% 등 가격이 급등했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로 많이 찾는 과일과 고기 등 성수품 가격도 작년에 비해 상승했다. 배는 10개 기준 5만3260원으로 1년 전(3만5352원)과 비교해 무려 50.7%(1만9990원)나 올랐다. 여기에다 고등어(11.4%), 오징어(21.3%)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수산물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과 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추석 대비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부의 물가 정책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의 밥상 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OECD와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이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며 국내 기준으로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밥상 물가 폭등의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긴 장마와 전례 없는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장기간 유행한 것도 악재였다. 코로나19로 금융당국이 확장적 정책을 펴면서 유동성 과잉이 장기간 지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엄청난 재난지원금이 소득 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총 11조원이 풀린다. 물가는 더욱 뛸 전망이다. 재난지원금 지급 전에 적어도 물가 안정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통령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민생 정치가 뒷전으로 밀릴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