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기초지자체의 소신일까, 정치적 행위일까
울산 남구가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 배포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관련 설명자료의 배경과 속내 등을 놓고 여러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남구는 당시 류재균 부구청장이 담당부서 국·과장 등과 함께 직접 기자실을 찾아서 정부의 이번 5차 재난지원금(상생 국민지원금) 지급에 대한 지방비 분담률 부분에 대해 기초지자체 재정문제와 결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남구는 이 자리에서 “하반기 국비 매칭사업에 41억원 가량이 소요되는데다 이번 국민지원금까지 분담하게 되면 사실상 쓸 수 있는 예비비가 한 푼도 없게 된다”고 하소연 했다. 남구의 말대로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되면 재정여건이 좋은 일부 지자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자체들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울산 뿐 아니라 타 지자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분담률을 놓고 광역·기초단체간 갈등을 빚고 있고, 또 분담률 완화 건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향후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는데다 태풍 등 재난재해가 어떤 형태로 닥쳐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예비비는 반드시 확보 되어야 한다”는 남구의 주장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급시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재정이 더 열악한 중·동·북구가 아닌 남구에서 브리핑을 한 것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없고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브리핑 내용이 마치 상급 기관인 울산시에 마치 반기를 들거나 항명을 하는 듯한 뉘앙스였기에 더 그랬다.
남구의 자료 배포 이후 취재가 시작되자 울산시는 입장문을 통해 “실무협의와 구·군 부단체장 회의 등을 거쳐 결정됐으며, 정부에서 제시한 분담률(50대50) 뿐 아니라 다른 15개 시도와 비교해서도 가장 적은 분담률를 적용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시가 입장문을 내자 남구는 “불수용은 사실이 아니며, 사전에 단체장 협의라던지 구·군별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를 해 달라”는 뜻이었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겉으로는 일단락 됐다.
이번 재난지원금 갈등 사태를 놓고 일각에서는 “기초지자체의 소신 있는 목소리”라는 시각도 있으나, 이 보다는 시장과 남구청장 간 ”정치적 갈등이 표면화 된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실제 남구를 제외한 울산시와 중·동·북구, 울주군이 모두 같은 당 소속의 단체장이다. 이에 울산시와 5개 구·군 간 업무협의 등에서 있어 남구만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동욱 남구청장이 재선거를 통해 당선됐을 때 이 같은 문제는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다. 이번 브리핑도 참석은 부구청장이 했으나 실제로는 서 구청장의 의중과 목소리로 보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갈수록 심화되고 또 민생경제는 어려워 지고 있다. 여기에 내년 대통령·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민선 7기 지자체장의 남은 10개월 가량 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다. 광역·기초단체, 또 당을 떠나 행정의 정책 방향은 오로지 민생에 맞춰야 하고, 지자체장은 소통과 협력을 통해 코로나 극복과 민생경제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