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조이기’ 전방위 확산 조짐

2021-08-23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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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엄격하게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강력하게 미치면서 가계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22일 국내 주요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총 잔액은 695조7084억원이다. 이는 작년 말 잔액인 670조1539억원보다 약 3.8% 증가한 규모다.

금융당국은 작년 말 시중은행들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이 5~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라고 주문해 놓고 있어, 연간 증가율 목표 6% 이내를 맞추려면 은행들이 대출 증가 속도를 현재까지와 똑같이 유지하거나 줄여야만 한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인상 또는 한도 축소

모든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인상하거나 한도를 줄이는 방법으로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고, 기존 대출의 증액, 재약정도 불가능하다.

신용대출은 최대한도가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대출자의 연봉 이내에서만 빌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다.

제2 금융권 ‘돈줄’도 막힌다.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제2금융권에도 강도 높게 대출 총량 관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 26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한국은행은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0.50%인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이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지표금리와 그 지표금리를 따르는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는 모두 더 빨라져 가계부담이 갈수록 가중된다.

은행권은 이미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 금리(지표 금리) 상승,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한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지난 1년 새 1%p 가까이 올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로, 지난해 7월 말(1.99~3.51%)과 비교해 하단이 0.97%p나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꾸준히 높아졌다.

4대 은행의 19일 현재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62~4.13%로,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37%p 올랐다.



◇가계대출 82% 변동금리…금리 1%p 오르면 가계 이자 12조↑ 자영업자 5.2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금리 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가계대출의 82%를 점유하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81.5%가 변동금리 대출이다. 2014년 1월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 6조6000억원,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000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무엇보다 대출이 막히고 증시나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영끌로 주택, 주식, 코인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2030 젊은층의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현재 2030 세대의 은행권 부채는 약 259조원 규모로 1년 전보다 약 20%(44조원) 증가했다. 김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