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언론중재법 개정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핫이슈다. 지난 22일 국회 소관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대부분의 언론기관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도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워낙 비판에 집중하다 보니까 정작 언론중재법의 개정안을 차분하게 소개하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언론에 의해 개인이나 단체가 당하는 피해는 주로 명예훼손, 신용훼손, 초상권침해, 프라이버시침해 등이 있다. 언론침해에 대한 구제방법 중에는 형사고소방법도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보면, 언론사의 내부에 마련된 혹은 언론사들이 모인 연합회에 마련된 자율적인 구제기구에 의한 구제와 법원의 소송을 통한 강제적인 구제방법으로 대별된다. 서양의 선진국에서는 위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언론중재법(정식명칭 : 언론중재및피해구제에관한법률)을 통해 자율기구도 아니고 법원도 아닌, 정부기관으로서의 언론중재위원회를 설치해, 자율적인 구제보다는 실효성이 높고, 법원보다는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그리하여 언론중재법에는 언론피해에 대한 구제방법으로서 정정보도, 반론보도, 추후보도,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구제절차로서 조정, 중재, 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구제방법으로 열람차단청구권을 추가했다. 언론 보도가 개인의 사생활 핵심 영역을 침해하거나 인격권을 계속해서 침해하는 경우 언론과 포털 등에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고, 포털은 기사 열람 차단이 청구된 보도에 대하여 ‘이 기사는 열람 차단이 청구된 상태입니다’와 같은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그것을 인용한다면 손해배상액수를 정해야 하는데, 그 때 언론사의 전년도의 매출액에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을 추가했다.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으로 배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하나의 고려사항으로 참작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은 특수한 언론 피해 사건, 즉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서 허위보도 혹은 조작보도를 해 피해를 입힌 사건은 통상적인 손해배상액수의 5배까지 징벌적으로 손해배상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다만 개정안은 중요 공직자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와 임원에 대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와 같이 악의적인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언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하지만, 몇 가지 경우에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추정되도록 했다. 즉, 취재과정에서 법률위반이 있었던 경우, 정정보도청구나 정정보도가 있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의 경우, 제목과 기사내용을 다르게 하여 기사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이 그런 경우이다.
개정안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지만, 취재대상이 전략적으로 무조건 소송을 걸어 놓으면, 언론의 책임이 너무 무거운 제도 하에서는 언론이 위축되어서 제대로 보도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과 같다는 비판, 취재과정에서 사소한 법률위반(예컨대 불법녹취, 주거침입 등)이 있으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추정해 버리면 심층보도나 탐사보도와 같이 언론이 적극적으로 비리를 파헤쳐야 하는 보도는 아예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는 비판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비판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는 찬성하는 국민이 50%를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오마이뉴스, YTN). 오늘날 언론기관이 누리고 있는 막강한 파워에 비해, 그런 언론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여태까지의 피해구제가 너무 미미했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의미이다. 언론중재법의 개정 과정에서 결론이야 어떻게 나든, 당사자인 언론기관이나 피해구제를 담당하는 언론중재위원회, 법원은 모두 그 점을 반성해야 한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