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년만에 또 태화시장 물난리, 달라진 것이 없다
2021-08-25 이재명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오마이스는 이날 오전 2시께 울산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면서 시우량(한 시간 단위의 강우량) 80㎜에 육박하는 비를 쏟아부었다. 순식간에 내린 비로 태화시장 500m 구간이 침수되면서 시장 골목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태화시장은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 때 시간당 최대 139㎜의 비가 내리면서 3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물에 잠겼고, 사망자도 발생한 바 있다. 이번 비는 차바 때 보다 훨씬 적은 양이었지만 상인들에게는 기습적이고 치명적이었다.
문제는 지금이나 그 때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침수원인도 그렇고 재발방지책도 그렇다. 수일 내에 태풍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년의 세월 동안 해당 지자체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또 어제 비가 많이 온다고 기상청이 온갖 매체를 다 동원해 알렸는데도 지자체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다. 태화시장에서 2대째 옷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재난문자나 따로 공지받은 것도 없었다. 오전 6시에 뒤늦게 가게에 나와보니 온통 흙밭이고 옷은 흙탕물에 쓸려내려갔다”며 울먹였다. 한 상인은 “새벽에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데도 대피 여부나 침수 여부를 알려주는 안내문자 하나 없었다. 또 매번 태풍 때마다 모래주머니 배치 등 대비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지원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침수 원인은 차바 때의 판박이다. 울산혁신도시에서 흘러내려온 많은 양의 빗물에 가속도가 붙어 주변의 빗물을 배수로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또 태화동 행정복지센터 앞 우수박스가 용량초과로 막혀 맨홀이 역류하면서 온갖 부유물들이 근처 우수·오수관로를 모두 막아버렸다. 이 가운데 LH가 조성한 혁신도시 인근 저류조는 최근에야 성능 개선·보강공사를 시작하는 등 제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태화시장의 이번 물난리는 누가 보더라도 예견된 인재였다. 5년 전 차바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태풍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애궂은 주민들만 계속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