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일사천리 처리 제동 ‘준비 부족’ 노출

2021-08-26     서찬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5일 새벽 법사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준비부족’을 그대로 노출했다.

언론계와 야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 ‘법안의 게이트’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넘기기 전에 개정안을 처리하려 서두르다 보니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과 우려가 불거지는 상황과 맞닥트린 것이다.

야당의 법사위 퇴장 후 3시간만인 오전 4시에 이르러서야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그만큼 자체 소통과 내부 의견수렴 절차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일사천리로 의결될 것으로 보였던 개정안 처리에 일시 제동이 걸린 것은 언론계의 우려에 공감하는 온건파가 아닌 강경파의 수정 요구 때문이었다.

김용민, 김승원 의원은 공익신고자보호법 관련 보도나 기타 공적 관심사와 관련된 보도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면책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면책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었다.

김용민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명백한 고의’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 ‘명백한’이라는 부분은 빠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을 겸하고 있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여러 차례 걸쳐 수정된 안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지금 법사위에서 말씀 주는 데 대해 수용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송기헌 의원 등 다른 법사위원들은 강경파의 요구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범위를 넘는다며 맞섰고, 이들 간 대치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민주당은 오전 3시를 넘겨서야 면책 규정 조항을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고의·중과실 추정조항 중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라는 문구는 아예 삭제하는 등 언론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했다.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서 ‘명백한’이라는 문구도 김용민 의원 요구대로 삭제된 채 의결됐다.

최종 관문인 법사위에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손질이 가해진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야당과 언론단체의 비판에 일부 처벌조항을 수정해 문체위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아울러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쟁점 법안을 놓고, 그것도 상임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내부 혼선을 노출한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른바 ‘상왕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는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여당의 당론과 정면 배치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법사위는 언론중재법 처리에 앞서 법사위의 기능을 체계·자구 심사에만 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두수기자 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