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지역사회 네트워크 ‘당신의 근처’

2021-08-27     경상일보

거주지를 기반으로 인근지역에서 물품거래를 이어주는 어플리케이션, 이동이 쉽고 가까운 거리에서 도시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15분 도시, 코로나19로 인한 장거리 이동의 제약으로 생활권내에서의 활동 증가 현상. 이러한 것들에서 동네가 공간적으로 중요한 단위가 되고 있다.

‘당신의 근처’라는 의미의 어플리케이션은 처음 나에게는 필요없으나 주변인에게 필요할 수도 있는 물건을 잘 나누어 쓰기 위한 물건의 거래를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상품의 정보파악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상품의 직거래를 위해 동네에서 대면접촉이 이루어지면서 단순히 상품을 거래하는 기능에서 확장되어 지역사회의 생활정보를 공유하거나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나누어 생활의 편의성을 확충하는 기능을 하게되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정보로 동네에서의 여가활동을 풍부하게 하기도 하고, 공감되는 지역문제를 이슈화해 함께 해결해나가기도 하는 지역커뮤니티의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친족 관계를 기반으로 하였던 전통적 사회에서 사랑방이나 빨래터의 역할이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전통사회에서는 자연스래 형성되었던 신뢰관계가 현대에서는 거주지 위치기반에서 활발한 교류와 상호작용으로 신뢰가 형성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도시공간의 조성 전략은 꽤 오래된 개념이다. 주거단지의 커뮤니티 조성을 위한 하나의 계획단위를 지칭했던 용어로 ‘근린주구’를 제시하고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정도의 도보권을 동질의 커뮤니티로 공간을 계획했다. 지역사회서비스의 안전성과 쾌적성을 확보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보고 초등학교와 연계해 보행로와 녹지, 공원을 배치하고, 통과교통을 외곽으로 우회해 주거지내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확보했다. 근린주구의 공간적 범위와 인구규모를 고려해 초등학교와 인접한 지역에 적정규모의 공공시설을 배치하고 인접한 다른 근린주구와 면한 외곽 교통결절부에 상업시설을 배치하는 등 최소규모의 지역커뮤니티 공간계획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의 공간인프라 확충을 통해 주민의 대면접촉을 유도하고 사회적 교류를 촉진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고 지역사회문제를 관리하고자 하였다.

지금은 근린주구 개념이 정립된 시기와 달리 주민의 연령과 가족구성 등 인구사회적 특성이 다변화되었고, 주거밀도가 지역마다 다르며, 필요한 도시서비스가 더 다양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초등학교 뿐 아니라 상업시설, 교통시설, 운동시설, 문화시설, 복지시설 등이 근린주구의 연계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교류중심지의 기능적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기능이 융복합되기도 한다. 또한 물리적인 현실공간 인프라 뿐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사이버공간에서의 연계기능이 더해져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동네’라는 현실공간과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이어주는 가상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지역기반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공간이 확장된 개념의 지역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사회구성원의 개인화, 공동체적 연대감 감소, 사이버공간 중심의 비대면 활동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의 다소 부정적인 변화현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주거지를 기반으로 도보권내에서 필수적인 도시서비스를 제공하고 IT환경의 강점을 살려 구성원의 특성과 욕구에 맞는 연계 네트워크가 강화될 때 일상생활권내에서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지역공동체가 튼튼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