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코로나 유행과 디지털기기 사용, 그리고 눈 건강

2021-08-30     경상일보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자 소아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지난 1월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만 3~9세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4시간 45분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기준인 하루 1시간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 알바니대와 뉴욕대 랑곤의료센터 연구팀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08~2010년에 뉴욕에서 태어난 생후 12~36개월 사이 유아 4000명을 대상으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디지털기기를 접할 확률이 높을 뿐 아니라 사용 시간도 증가했다. 생후 12개월 유아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약 53분이었으나, 3세 유아는 평균 150분이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에 사람 간 비접촉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대부분 학생이 디지털 미디어 기기로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러한 과다한 디지털기기의 노출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WHO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1세 미만 아기가 디지털기기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생체리듬이 깨져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부모 등 가족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빠르고 지나친 자극에 익숙해져, 비교적 느리고 단순한 일상 자극에 대한 감각 발달이 늦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신시내티어린이병원 연구팀이 3~5세 유아 47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관찰한 결과, 디지털기기 사용시간이 길어지면 뇌세포 간 통신이 이뤄지는 백질의 발달이 지연돼 인지능력 발달이 더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최근 디지털 미디어의 대표적 기기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사용과 근시 관계 연구에서 근시가 있는 학생은 근시가 없는 학생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이 2배로 많았고 근시의 증가 속도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3배, 초등학교 고학년은 2배 더 근시 증가 속도가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시력저하뿐 아니라 안구건조증, 거북목증후군, 척추측만증,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은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생활 편의상 못하게 할 수는 없으므로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아기에는 휴대폰 영상을 보여주는 것을 삼가야 하며 모빌과 같은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움직이는 물체를 보여주는 것이 눈의 발달에 좋으며 유아기에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한 시간 내로 제한하는 등 가정 내 스마트폰 이용 규칙을 정해서 가족 모두가 지키는 것이 좋다. 부모의 스마트폰 이용습관은 아이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으므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삼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기기 사용 때는 눈으로부터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떨어져 보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때는 학교는 강의에 앞서 학생이 올바른 자세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수업 중에도 스트레칭을 실시하게 하거나 스크린을 너무 가까이 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지털기기의 사용은 편리하고 유익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간의 비접촉이 요구되는 지금은 최대한 주의해서 사용할 때다.

김재도 전 경운대 안경광학과 교수 검안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