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고속도로 진입로 소유권 이전 항소심 패소...기부받아야 할 도로, 120억에 사야할 판

신복R~옥현사거리내 도로 1만1247㎡ 규모 40년간 관리

2019-11-25     최창환

고법, 1심 뒤엎고 하나銀 소유권 인정…市, 대법에 상고
농어촌공사의 560억원대 도로 점용료 청구 소송도 난항
최악의 경우 680억원대 혈세투입…재정압박 심화될 듯


울산시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감정가 120억원 규모의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 소유권이전’ 항소심에서 원심과 달리 패소했다. 울산시는 이와는 별개로 560억원이 넘는 한국농어촌공사와의 도로점용권 소송에서도 패소해 항소한 상태로, 최악의 경우 울산시가 최대 680억원을 주고 이들 도로를 매입해야 돼 재정압박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5일 울산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울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 소유건 이전 등기소송’ 항소심(부산고법)에서 승소했다. 소송대상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6~8차선)는 신복로터리~옥현사거리 내 도로 22필지 1만1247㎡ 규모로, 실거래 기준 감정가는 120억원이다.

이 사건의 소송 시발점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2월28일 하나은행 전신 한국신탁은행은 부동산매매와 택지조성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관리·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 한신부동산을 설립했다. 이후 한신부동산은 민자유치 사업으로 진행되던 울산~언양간 고속도로(울산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한국신탁은행 신탁자산을 재원으로 투자를 했다. 한국신탁은행의 이 투자는 수익성 부재와 은행 부실로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1974년 은행 공공성 회복을 위해 한국신탁은행 부실자산을 공공에 이관시켜 은행 수지를 정상화했다. 또 당시 관계기관(경제기획원, 건설부, 한국도로공사, 한국신탁은행, 한신부동산) 논의 끝에 유료 도로인 울산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인수했다. 이어 현재 문제가 된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는 울산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한국신탁은행 투자 원리금(건설비, 이자) 중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대신 한국신탁은행이 울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1974년 10월 합의했다.

이후 한국신탁은행은 서울은행과 합병해 서울신탁은행이 되고, 이후 다시 하나은행과 합병해 현재의 하나은행이 됐지만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고 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임을 내세워 매각에 나섰다. 2018년 1월 공공자산처분 시스템인 온비드에 ‘울산고속도로의 진입도로’ 매각공고를 보게된 울산시는 즉각 울산지법에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소송에 들어갔다. 취득시효와 자주점유에 대한 법리 다툼이 쟁점이 됐다.

1심에서 울산시는 “과거 소송과정에서 합의를 통한 기부채납과 20년 이상 울산시 점유로 인한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이 사건 진입도로에 대해 울산시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울산시 점유는 소유의 의사없이 이뤄진 점유로서 취득시효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울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울산고속도로 진입도로가 고속도로에서 시 도시계획도로로 변경돼 울산시로 인계된 뒤 40년 동안 울산시가 유지·수선·관리해온 점, 하나은행이 1974년 한신부동산과 승계 계약을 체결했는데도 1997년이 되어서야 이 사건 진입도로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하려고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울산시가 이 사건 진입도로를 점유·관리해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소유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취득시효와 자주점유를 입증할 울산시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울산시는 “하나은행은 자산취득 과정에서 이미 현재 가치로 12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며 법리 해석을 떠나 사회정의 개념에서 부당하다”고 지난 20일자로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 소송과는 별개로, 울산시는 북부순환로, 삼산로 등 7개 주요 도로의 점용권을 놓고 한국농어촌공사와 벌인 법정다툼 1심에서도 패소했다.

문제가 된 부지는 태화강 둔치쪽으로 설치된 강남로, 강북로, 산업로, 월평로, 삼산로, 염포로 등 103필지 9만4069㎡ 규모로 농어촌공사의 감정가는 563억원이다.

농어촌공사는 “태화강이나 약사천 등 하천 주변에 소유한 구거·제방·도로 등 농지개량시설에 도로를 개설해 손해를 봤다”며 5년간 점사용료 56억8000만원과 매달 5800만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울산시가 도로로 점유한 경위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농어촌공사가 도로 사용을 용인할 이유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배타적 권리를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대부분 부지에 대해 농어촌공사 소유권을 인정했다. 울산시는 항소한 상태다. 두건의 소송 모두 울산시가 재판을 뒤집을 반박자료가 미흡해 상급심 재판 또한 난항이 예상돼 시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