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기념일 기사와 우리말 기사에 신중해야
언론의 기능은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기능, 정부의 정책 수행에 대한 감시 기능 등에도 있지만 여론을 선도하여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 지게 하는 하는데도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즉 감사와 견제 기능 외에도 홍보와 계도 기능 또한 언론이 가지는 역할 가운데 그 어느 것 보다 덜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홍보와 계도 기능 가운데 먼저 국경일과 각 기념일에 대해 경상일보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더 많이 기사를 생산해 독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특정 기념일은 그 자체로서 충분한 기사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이라고 해서 소홀히 한다면 기념일 제정의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라 본다. 매년 해마다 그달 그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은 그 만큼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기념일도 의미를 찾고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발굴해 기사화하는 게 당연하다.
지난 7월17일은 제헌절이었다. 헌법은 우리 법 생활의 근본규범으로 그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제헌절을 맞아 본보에는 그 어디에도 이날을 기념하는 기사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헌법이 우리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소에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제헌절에 만큼은 전문가의 칼럼 등을 통해 독자가 한 번쯤은 헌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본 위원은 지난 3월 납세자의 날에도 납세의 중요성과 우리 지역 성실납세자에 대한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각종 국경일에는 그날의 의미를 알리는 기사 한 줄쯤은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 한 바 있다.
지난 8월15일은 제76주년 광복절이었다. 마침 올해 처음으로 대체공휴일이 적용된 국경일이었다. 1면에 광복절 기념식 안내기사와 함께 피플면에서는 올해 순국 100주년을 맞은 박상진 의사의 추모사업회 관계자를 소개하면서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울산지역 대표 독립운동가고헌 박상진 의사를 순국 100주년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그동안 독자권인위 회의를 통해 지적하고 제안한 것이 지면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자권익위가 가진 역할에 조금이나마 충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는 싶은 것은 우리말 쓰임새이다.
일탈(逸脫), 일상탈출의 줄임말. 문상(問喪), 문화상품권의 줄임말. 수도권 일반고 3학년 학생들이 한 말로, 얼마 전 모 중앙일간지에 실린 문해력 부족을 한탄한 어느 교사의 얘기다. 그럼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한글전용정책을 꼽고 싶다. 한글을 전용하자는 정책에 밀려 한자공부를 등한히 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말은 대부분이 한자어로 돼있어 한자를 모르면 그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컴퓨터시대에 한자를 병기하면 매우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공부를 해야 한다.
울산은 외솔 최현배 선생을 낳은 우리말의 본고장이다. 그래서 우리말을 갈고 닦아 좋은 우리말을 생활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한자는 가르쳐 풍부한 언어생활을 하게 하는 것도 결코 외면할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기사에 줄임말 너무 남용하는 것, 되도록 피했으면 한다.
지난 5월11일자 사회면에 <시교육청, ‘우리말 다시쓰기’ 학생 참여행사>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와 관련해 본 위원은 앞서 이야기한 줄임말 남용과 관련해 생각해 봤다. 문해력은 지식습득의 기본중의 기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렇게 조용히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 영역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언론의 기능이 이런 곳에 필요하지 않나 한다. 그 전면에 본보가 나섰으면 한다. 지자체가 ‘한글도시’선포식을 갖고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 추진의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한글, 우리말 등과 관련된 기사에서 만큼은 외국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한글 관련 기사에 ‘젠트리피케이션’ ‘하드웨어’ 등의 외국어가 사용된 점은 옥에 티다.
엄전중 독자권익위원회 부위원장(송림 세무법인 대표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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