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전방위 비판에 ‘일단 멈춤’

2021-08-31     김두수 기자
여권 주도로 30일 처리키로 했던 언론중재법안이 야당의 전방위 태클과 비판여론으로 일단 무산됐다.

특히 여권 원로들까지 적극 나서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고언’을 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에 힘을 받고 있다. 향후 상황에 따라선 당분간 표류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여권 원로들은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로 한 이날 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지혜로운 처리’를 당부했다.

송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마련한 상임고문단 차담회에서 송 대표에게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찬성한다. 다만 지혜롭게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조언했다고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원로들은 이어 “언론개혁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꾸준히 노력했던 사항”이라고 공감을 표하면서도 “길은 지혜롭고 현명하게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예고와 각계 반발로 강행 처리의 부담이 커진 만큼, 법안 처리에 앞서 숨을 고르는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여권지도부는 언론계와 법조계 등과 연계해 총력저지에 나선 야권과의 협상시간을 가지면서 올 정기국회 내 합의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야 원내 지도부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후 늦게까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며 극한 대치를 이어갔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두차례에 걸쳐 회동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의총을 통해 협상권을 위임받은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비판하는 일부 조항을 보완한 수정안을 제시하며 다른 안건들과 함께 이날 본회의에 일괄 상정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주요 독소조항을 철회하지 않은 언론중재법안이 본회의에 오를 경우 필리버스터에 돌입,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윤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야당이 전혀 입장 변화가 없다. 저희는 양보를 많이 하려고 하는데…”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접근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양당 사이에서 의사를 절충하는 과정에 있다”고 기류를 전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개정안 상정을 강행한다면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앞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을 찾아 “법안이 상정된다면 오늘과 내일 필리버스터에 나설 것이다. 법안 공포와 시행의 모든 과정에서 법적 투쟁은 물론이고 정치적 투쟁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석수의 열세로 법안의 강행 처리까지는 막지 못하더라도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민주당의 독주 프레임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