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아동학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기 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들끓는 국민적 공분에 관련법을 개정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야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동학대 사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3만45건으로 2014년의 1만27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있다. 이는 실질적인 학대가 증가했다기보다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사례들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학대의 고통과 불안 속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러한 아동학대는 왜 발생하는 것이며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먼저 아동학대 가해자들의 유년기를 살펴보면, 가해자 자신도 학대의 피해자였던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어린시절 겪었던 학대로 인해 비뚤어진 가치관 및 교육관을 갖게 되면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대물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재발하는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 가해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가 적절하게 잘 이루어져야한다. 피해 아동을 보호자인 가해자로부터 무조건적으로 분리하여 정서적으로 안정과 성숙이 필요한 시기에 혼자 생활하게 하는 것은 학대 행위의 재발을 방지하기에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피해 아동의 앞으로의 성장에 있어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 방법일 수 있다.
원가정보호 조치가 재학대와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가해자와 피해 아동에 대한 교육이나 치료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아동을 가해자로 돌려보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문가의 상담 등을 통해 피해 아동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냈을 경우 학대 행위의 재발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당연히 아동을 분리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인이 사건’ 이후 1년 동안 2회 이상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아동을 분리하는 즉각분리제도가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럼에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먼 미래를 보았을 때 피해 아동이 자라서 정상적인 가정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효과적인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한 아동학대 전담 기관과 보호시설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다. 2020년 10월부터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배치되고는 있으나 1인당 약 50건 가량의 많은 사례를 다루다 보니 전문성이나 특수성에 있어서 매우 부족해질 수 밖에 없고, 아동보호시설 또한 쏟아지는 학대 사례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관련 기관 및 업무에 공을 들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인지 알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동학대의 단기적인 해결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궁극적으로 아동학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의견 수렴과 실질적인 시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폭력과 공포에 대한 불안감 없이 밝은 미래를 꿈꾸는 환경에서 자랄 수 있을 때까지 이 땅의 어른들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아이들이 곧 미래 세대를 이끄는 주역이므로 그러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지현 중부경찰서 병영지구대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