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한글문화특구는 ‘울산 중구’에 반드시 지정돼야 한다

2021-09-03     경상일보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중구는 지난 5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탄생지임을 널리 알리고 한글을 대표 문화자원으로 삼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한글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이어 후속조치로 미래 전략 중 하나인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전국 최초의 한글도시란 지위는 비록 세종시가 가져갔지만 전국 ‘최고’의 한글도시란 영광은 중구가 가져 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쳐져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병영지역 일부 주민들이 중구 원도심를 기점으로 한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은 반대한다고 나서 중구청과 갈등 아닌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현재 구청이 추진하는 원도심 중심의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에 대해 반대서명운동까지 나서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병영이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며 이 때문에 대표적인 한글 중심지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문제는 ‘특구 지정’이라는 우리 중구 전체가 이뤄내야 할 숙원을 지역적이고 지엽적인 마찰과 논란으로 인해 자칫 그르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다.

한글역사문화특구는 지역특구법에 따라 지역특화발전특구에 해당하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심의·의결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190여개 특구 지정 현황과 이에 따른 경제효과를 면밀히 분석, 특구선정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달리 말해 지역이 가진 고유한 역사, 문화 자원을 관광산업 등과 효율적으로 연계·발전시켜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가 특구 선정의 핵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중구는 외솔생가와 기념관, 병영성 등 한글관련 역사자원이 풍부한 병영 일원을 특구의 중심으로 하되 중구의 중심 상업지역인 원도심 일원을 함께 접목시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울산에서 특구지정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장생포고래문화특구 역시 처음 시작은 장생포 일원으로 한정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관광패러다임 변화를 실감하며 관광과 문화, 자연과 생태환경의 조화 등 남구 전체를 고래로 묶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과거에는 특정 지역만을 하나로 묶어낸 것이 특구였다면 최근 신종코로나와 같은 악재를 겪으며 특구의 개념 역시 변화와 보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 병영주민들의 주장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외솔 생가와 기념관이 있고 최현배 선생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명실상부 울산을 대표하는 한글 고장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정책이 바뀜에 따라 보다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즉 병영이라는 한정적인 지역 틀에서 특구지정을 몰고 갈 것이 아니라 한글이라는 대표 정체성을 중구는 물론 울산 전체로 확대시켜 융합시키고 화합해 나가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 출발점이 한글문화특구 지정이다.

병영에 위치한 외솔기념관이 올해에도 울산의 7개 공립박물관 중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박물관 평가인증제에서 떨어지며 2회 연속 탈락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얻었다. 결국 이 역시 지역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운영돼 온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원인은 아닌지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한글역사문화특구의 병영지역 한정이라는 주장이 중구 전체는 물론 울산시민들에게 지역이기주의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비약적으로 생각해보면 병영주민들의 주장은 다른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다운동은 ‘차 문화특구’를, 태화동은 ‘국가정원특구’를, 성안동은 ‘함월 문화특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을 활용해 특구를 만들면 분명 이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규모를 축소하고 한정적으로 경계를 지을 때가 아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시켜 융합과 화합을 통해 더 큰 효과를 노려야 성공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 한글문화특구 지정 추진 역시 중구 전체가 하나가 돼야 한다. 그래야 승산이 있다.

김기환 울산 중구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