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암 환자 건강관리]스트레스에 사로잡혀 암치료 놓치지마세요

2021-09-03     전상헌 기자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도 무던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물며 생각지도 못한 암을 앓게 됐다면 일생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경험 중 하나로 다가올 것이다. 힘들고 긴 암 투병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는 찾아온다.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되고 암의 실제 증상들이 심리적 스트레스를 일으키기도 한다. 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각종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적극적인 완화와 해소가 필요하다. 이번엔 암 환자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에 대해 안준석(사진)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암 환자 스트레스는 천재지변과 같아

암 환자 가운데 힘든 것은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아쉽게도 개인이 조절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암 진단과 치료 과정은 그 자체가 내 몸에 문득 찾아온 아주 큰 사고와 같아 자신의 의지와 노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천재지변을 온전히 사람의 힘으로 이길 수는 없다. 암 역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지진과 같아 문득 찾아와서 신체와 정신을 어렵게 만드는 아주 고약한 ‘스트레스’다.

다만 이런 스트레스는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량의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긴장으로 이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생산성을 늘려 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스트레스(eustress)와 지속적인 부적응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나쁜 스트레스(distress)는 분명히 다르다. 물론 암은 나쁜 스트레스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큰 쪽에 속해 있다.

실제 대부분의 암 환자의 경우 치료 과정 중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한다. 막연한 긍정으로는 암에 걸린 현실을 이겨내기 어려운 복잡한 상태가 된다. 또 가정과 직장에서 제대로 된 생활이 못해 부적응 상태에 빠질 때도 있다.

안준석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암 환자 대다수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 가족과 친구의 위로가 제대로 들리지 않고, 주변에 짐이 되고 세상에 혼자 남겨진 느낌을 받게 된다”며 “이러한 상태가 되면, 자신의 힘으로는 암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안타깝게도 치료를 포기하는 때도 생긴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에 도움 요청하기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세상에 혼자 남겨진 생각이 드는 것은 암이라는 질병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함’ 때문이다. 만성적인 불확실함은 우리 마음을 우울과 불안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의료진으로부터 90%의 치료 가능성과 10%의 재발 가능성을 듣는다면, 마음은 90%의 치료 가능성에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10%의 재발 가능성 때문에 두려워하고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엔 회복 가능성이 높은 항암치료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치료 이후의 재발 불안을 겪지 않기 위해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전혀 예측되지 않는 불확실한 스트레스 요인들은 마음의 질병 상태를 유발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암 환자들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의 종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기 이전에 당연히 해내던 일들도 언제든지 나쁜 스트레스로 그 얼굴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교수는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내가 견딜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스트레스와 그렇지 않은 나쁜 스트레스를 구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포기하고, 기댈만한 누군가를 찾아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쉽게 가정에선 설거지 같은 간단한 집안일조차 어렵다면 다른 가족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당장 마음의 빚은 건강을 회복한 뒤 천천히 갚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스트레스 관리자 되길

만약 가능한 스트레스를 조절하더라도, 심리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이럴 때에도 암 환자 자신이 나약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암이 어렵고 힘든 질병이기 때문이다.

암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정신과적 면담과 함께 불안과 우울의 치료 역할을 하는 약물 사용으로 증상이 관리될 수 있다. 치료 여건에 따라 인지 행동 치료, 이완 훈련, 바이오 피드백과 같은 다양한 치료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암 환자의 스트레스는 결국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힘든 자신을 잘 보듬고, 스트레스의 적극적인 관리자가 된다면 암 치료의 긴 여정을 이겨내고 만족할 만한 치료 성과를 얻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안 교수는 “주변에 스트레스로 걱정하고 있는 암 환자가 있다면 너무 늦지 않게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도록 권하길 바란다.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스트레스 자체 조절보다 증상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며 빠른 상담을 권했다.

자료제공=울산지역암센터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