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작괘천변 불법야영, 방치하는 것인가 부추기는 것인가
2021-09-06 이재명 기자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이 야영장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봄부터였다. 그러더니 하나 둘 야영객들이 모여들어 지금은 주말이 되면 웰컴센터로 가는 주도로변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바로 인근에 있는 찜질방은 아예 찜질방 마당을 야영객들을 위한 유료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12시간에 1대당 1만원씩 걷고 있는데도 어떤 때는 주차장이 모자랄 지경이다. 주차장 장사가 잘 되니 그 위에 또 다른 유료주차장이 생겼다.
문제는 불법 야영객들의 코로나 불감증이다. 작괘천변에 있는 등억야영장이나 별빛야영장, 달빛야영장 같은 공공시설은 거리두기 등이 잘 지켜지고 있으나 이 곳은 방역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텐트와 텐트 사이의 거리두기 개념은 고사하고 아예 태반이 마스크를 벗어던져버렸다.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섭취하고, 술을 마시고, 마스크 없는 아이들이 텐트 사이를 뛰어돌아다녀도 제지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10명 이상이 노마스크 상태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모습은 한두번 눈에 띈게 아니다.
지난 2018년 11월 울주군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등억야영장의 무사안일한 운영을 질타했다. 당시 의회는 500억원을 들여 조성한 등억야영장이 한해 2억6000여만원의 적자를 내는 골칫거리로 변했다면서 대책을 주문했다. 의회는 야영장 관리에 투입된 인원이 30명이며 이들의 인건비가 5억4000여만원인데 야영장 수입은 2억5000여만원이어서 2억6000여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불법 야영은 매년 적자폭이 커져가는 야영장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패러글라이딩 애호가들에게는 큰 장애물이다. 울산패러글라이딩협회 관계자는 “착륙장을 사용할 때마다 텐트를 철거해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이 방역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때 작괘천변에 불법이 판치도록 방치하는 울주군의 의도는 무엇인가. SNS나 인터넷 블로그에서 일명 ‘캠핑 핫플’로 꼽히면서 갈수록 이용자가 많아지는데 울주군이나 상북면은 신고를 해도 묵묵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