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울산의 인구정책,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

2021-09-08     경상일보

울산의 인구유출이 심각하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3대 주력산업을 이끌면서 일자리가 풍부해 산업화의 성공모델로 평가받던 울산의 명성이 퇴색되고 있다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울산 인구는 조선업 불황 등 산업여건에 따라 2016년부터 매년 1만명 이상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상황도 역시 녹록지 않다. 인구대비 유출비율이 1%에 달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과거 20대 초반 인구의 유출이 특징이었다면 현재는 전 연령대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인구 유출이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울산 인구 유출 진행이 매년 1만 명 수준으로 지속되면 울산은 멀지 않아 광역지자체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인구 지진(Age quake)’, 영국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의 사회적 영향이 지진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그는 생산인구보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리히터 규모 9.1을 기록한 동일본 대지진보다 파괴력이 큰 인구지진 9.0에 비유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사상 처음 3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사망자는 30만 명을 웃돌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 크로스’의 시작을 알렸다. 출생아 30만명 선 붕괴는 2017년(35만7771명) 첫 30만명 대 하락 후 불과 4년 만이다. 40만명 선 붕괴에 16년 걸린 것을 고려하면 ‘인구지진’이 시작된 셈이다.

울산의 인구유출 위기를 ‘인구 지진’으로까지 비유할 필요성은 없지만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인구 감소는 지역경제에 매우 중요한 변수다. 노동력 확보, 지역경제 유지·발전에서 인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울산시는 인구대책 특별회의를 통해 울산형 인구증가대책 추진본부를 가동하고 시의회는 저출산 인구감소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울산주거 울산주소 갖기 운동, 중구의 창업 인프라 구축, 동구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 울주군의 청년 제조업 창업 공간 조성 등 다양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인구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구 유출은 쉽게 말하면 울산이 타 지역에 비해 도시의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청소년, 청년이 20세 안팎이 되면 떠나는 비율이 높다. 또한 지방의 경우 인구 증가를 위해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하려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현재 살고 있는 청소년이나 청년에 대한 고려는 적거나 없다. 기업 유치도 하고 관광자원도 늘리고 수십 년 동안 똑같은 정책을 주장하고 반복하면서 진행했지만 인구가 얼마나 유입되었나? 기업유치 등의 노력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게 높은 효율이 없다면 가능성 있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현재 울산에 살고 있는 청소년, 청년의 삶 그리고 진로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자꾸만 외부의 중장년 인구 유입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지방에는 취업할 회사가 적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서울에 40% 가까운 사람들이 일인 가구라는 통계도 있다. 상당 수 지방에서 유입된 인구다. 이 청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청년들의 삶 그리고 이상에 대한 고민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울산이 매력 있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축소사회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이다. 인구유출과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울산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활력있는 인구 구조를 형성하고 인구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해야 할 때다.

천명수 전 울산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