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수도권 집중화 정책, 지방소멸 앞당긴다

2021-09-09     김창식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초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작년말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을 추월했다. 수도권과 격차 해소·지역균형발전 취지로 국토균형 발전, 지역분권, 수도권 규제 관련 숱한 법률과 정책·사업 시행이 무색할 정도다. 소멸위기에 놓인 지방은 이제 위기감을 너머 무력감·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수도권과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물론 여·야 할 것 없이 수도권에 또 다시 신도시와 주택을 대량공급 하겠다는 수도권 집중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정부는 2기, 3기 신도시가 제대로 완성되기도 전에 최근 대규모 주택(14만가구)을 짓겠다는 수도권 4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주당이 최근 발표한 ‘누구나집’ 사업 역시 수도권 중심 정책이다.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수도권 내에서 집값 10% 수준의 낮은 보증금으로 10년 동안 장기거주할 수 있고 10년 뒤에는 미리 확정한 가격에 우선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게 사업. 민주당은 “혁명적인 방법”이라고 지켜세우고 있지만, 지방은 또 얼마나 많은 정년층 등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정책 남발은 곧 나머지 88%가 모여사는 지방에 대한 외면이요, 역차별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가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이다. 수도권 집값은 그동안 숱한 부동산 대책을 비웃듯. 미친듯 치솟고 있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는 지방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치솟는 ‘똘똘한 한채’를 원하는 지방의 가수요까지 폭발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는 곧 청년층을 비롯한 지방인구 유입정책이나 다름 아니게 됐다. 지방에서 이탈한 인구의 수도권으로 몰려가면서 경기 인구는 최근 5년간 90만명 늘었다. 인천 인구는 최근 순유입으로 전환하고, 2047년경 부산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매년 1만명 이상 인구유출로 광역시 소멸위기에 놓인 울산에서도 지난 10년간 청년인구 7만5000여명 이상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과도한 수도권 편중현상으로 지방의 성장은 멈추고 소멸위기에 직면했다. 감사원 분석 결과 최근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인구소멸위험지역’의 92.4%(97곳)가 비수도권지역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단 1곳(인천 강화)에 불과했다.

저출산·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폐교된 대학 18곳도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이다. 올해 대학 정원 대비 미충원한 신입생의 75%가 지방에서 나왔다. 지방 대학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 지역 균형발전은 요원해지고 지방 소멸은 가속화될게 불보듯 뻔하다.

갈수록 재정이 약회되고 있는 지방은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지방분권·지방자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은 “수도권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파괴하는 몰염치의 극치다.

현 정부는 물론 차기 정부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되풀이 한다면 지방 소멸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지방의 살길은 자명하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유지·확대를 위해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토균형개발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강력한 수도권 분산 정책과 더불어 완전한 지방자치·분권으로 전국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룰수 있도록 맞서 싸워야한다.

부울경 메가시티조성 등 광역경제권 통합은 물론 지역 인구활력증진을 위한 주거·교육·의료대책, 경제회복 촉진을 위한 지역활력산업 지원과 투자활성화 인센티브 등도 필요하다. 울산도 내년 대통령선거와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광역시 소멸의 속도를 늦추는 해법찾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김창식 정치·경제부장 겸 부국장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