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문화콘텐츠’가 만드는 ‘울산’의 도시경쟁력
도시의 경쟁력과 도시의 브랜드는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어질까? 울산의 도시경쟁력은 무엇일까? 울산이라는 도시의 대표 브랜드가 있다면 무엇일까? 울산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궁금해 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더불어 울산의 향후 도시 발전과 관련해 필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2017년 ‘한국 지방 브랜드 경쟁력 지수(KLBCI)’에서 울산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순위로 8번째였다. 세종시를 제외한 7대 대도시 가운데는 5번째 순위였다. 분야별 평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투자환경분야에서는 전국 7번째로 비교적 선방했다. 그러나 주거환경분야 14위, 관광환경분야는 16위로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일보가 창간 27주년을 맞아 울산의 특성 브랜드화를 통해 도시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특집 기사를 통해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브랜드 소비를 분석하는 대한민국 도시 브랜드 평판에서 2021년 7월 현재 울산시는 86개 시 가운데 35위다. 1위는 서울, 2위는 세종시, 3위는 고양시 4위는 부산시, 5위는 수원시 순이었다. 도시브랜드 평판지수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 분석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지표로 도시 브랜드에 대한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소비자끼리의 소통량, SNS 대화량, 커뮤니티 점유율 등을 측정해 만들어진 평판 알고리즘에 의한 공공브랜드 평판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 주체는 밝히고 있다. 울산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도시경쟁력 순위가 뒤져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조사 방법이나 조사 내용에 따라 도시경쟁력이나 도시브랜드 순위는 바뀔 수 있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비교 평가에서 울산시가 몇 단계 위냐 아니냐가 아니라 울산은 어떤 도시로, 어떤 도시브랜드로의 비전을 갖고 있냐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의 향후 100년을 위한 울산의 준비여야하기 때문이다.
소설 ‘해리포터’는 세계적인 밀리언셀러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자녀의 손을 잡고 같이 갔던 그들의 부모세대까지 함께 봤다. 영화 속 장소들의 많은 곳들이 영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영화가 촬영된 장소를 많은 내외국인들이 찾는다. 명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은 영화 속 ‘바로 그 장면’만이 아닌, 도시적 맥락으로서의 장소성(placeness) 등 새로운 면모를 경험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조안롤링이라는 좋은 작가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영화 속 호그와트행 마법학교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9¾플랫폼’은 런던 시내에 있는 ‘킹스크로스’역의 실제 9플랫폼과 10플랫폼 중간에 있는 벽에서 촬영했다. 이곳에는 아직도 마법학교로 떠나고자 하는 많은 내외국인이 찾아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사진을 찍고 돌아간다. 마법학교로 가는 기차 역시 재커바이트(The Jacobite)로 불리는 기차다. 이 기차는 웨스트하일랜드 일부 구간에서 운행되는 증기기관차로 ‘해리포터’ 영화에서는 호그와트 특급열차로 등장한다. 재커바이트가 영화 속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향해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글렌피넌 고가교’ 역시 명장면이다. 글렌피넌 고가교는 스코틀랜드의 10파운드 지폐에 담길 정도로 지역의 명소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지만 21개의 아치는 마치 로마시대 때 만들어진 수로교처럼 고풍 스럽게 영화에 등장한다. 멋진 산을 배경으로 고풍스런 다리를 품고 있는 글렌네비스(Glen Nevis)는 영국에서 가장 높은 벤네비스산 아래 계곡으로 ‘하이랜더’ ‘브레이브하트’ ‘해리포터’ 등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해리포터 속 기차 장면은 바로 영국에서도 스코틀랜드 지역의 대자연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스코틀랜드의 멋진 자연 풍광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울산은 1000m 높이의 산이 많아 예전부터 ‘영남 알프스’로 불린다. 반구대암각화, 장생포 고래박물관, 1박2일 등의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되기도 했던 언양불고기 역시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미식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태화강 십리대숲 국가정원, 울주 왜성, 일산 대왕암 등 울산을 알릴 소재들은 너무 많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하다. 바로 스토리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고성 ‘공룡축제’, 함양 ‘나비축제’, 인제 ‘빙어축제’는 공룡 발자욱이 고성에만 있어서, 나비가 함양에만 있어서, 빙어가 인제에만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지역 자원을 발굴하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힌 ‘사람(공무원)’들의 힘이다. 울산의 문화콘텐츠들을 다시 볼 일이다. 스토리를 입혀 울산의 도시경쟁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할 일만 남았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