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태화강국가정원 왕벚나무, 모시나방에 ‘몸살’

2021-09-14     이우사 기자

울산 중구 태화강국가정원 일대 산책로에 식재된 왕벚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주는 모시나방들이 다시 급증했다. 모시나방 애벌레는 벚나무 잎을 갉아먹는 해충이지만, 성충이 된 모시나방에 대한 근본적인 박멸책이 없어 지자체들이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태화강국가정원 원형교차로 일대부터 태화루 방면으로 향하는 산책로의 왕벚나무에는 평균 2~3마리 가량의 모시나방이 붙어있었다. 모시나방들은 동강병원 주차장 인근까지 400m 구간에 집중적으로 발생, 심한 곳은 나무 한그루에 10여마리의 모시나방이 몰려있기도 했다.

이같은 문제는 태화강국가정원 일대에서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도 십리대밭 먹거리단지 일대에서 해충이 급증해 방제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잠잠하던 모시나방 애벌레는 올해 중구 등이 당초 4월께 예정했던 방제작업이 우천 등으로 시기를 놓치면서 5월께 다시 급증했다.

이에 시와 중구는 지난 10일 만남의광장에서 태화루까지 벚나무 135그루에 약제를 살포하는 등 긴급방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모시나방이 약제를 살포했을 때만 잠시 사라졌다가,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벚나무로 돌아와 근본적인 박멸책이 되진 못하고 있다.

모시나방이 10~11월 동면에 들어가기 전 벚나무에 알을 까게되면, 내년 봄에는 애벌레들이 부화해 나뭇잎을 갉아먹어 벚나무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구 관계자는 “모시나방을 잡을 근본적인 대안이 없는 한 내년 봄께 애벌레가 부화하기 전에 집중적으로 약제를 살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상범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왕벚나무는 병해충에 특히 약하고 가지치기 등을 할 경우에도 쉽게 썩는 등 가로수로 적합한 품종이 아니다”며 “현재 식재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향후 가로수를 식재할 때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가로수 품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