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폴더블폰과 혁신-접지 못하면 접어야 하는 시대

2021-09-24     경상일보

이번 달 2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UN 산하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2021 글로벌 혁신지수(GII)’에서 우리나라가 지난해보다 5단계 상승한 5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창의적 성과’ 분야의 상승이 5단계 상승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더불어 나왔다. 문화 관련 성과이지만 산업에서의 혁신과 결코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혁신(革新, innovation)’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네이버 국어사전)이다.

2007년 스티브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청바지에 검정 터틀넥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한 손에 든 작은 물건을 아이폰이라고 부른다고 외친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세상이 열리고 아이폰은 지금까지 줄곧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최근 애플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폴더블폰(foldable phone) 갤럭시 Z 폴드3, Z 플립3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디자인, 휴대성 면에서 또 다른 혁신을 이루어낸 결과로 보인다. 한동안 스마트폰 유저들은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고 있었는데 접히는 스마트폰이 그 목을 한껏 축여주고 있는 형국이다.

접어서 휴대성을 확보하고 공간을 절약하는 물건들을 주위에서 혹은 역사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릴 적 텔레비전에는 주름 문이 있었다. 열고 나면 그 문이 어디 갔는지 사라지고 마는 것이 신기해서 문이 닳도록 연신 여닫았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때에는 엠티니 야유회니 하면서 등산하러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하얀 주름이 잡힌 소위 자바라 물통을 들고 갔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합죽선, 병풍이 있고, 고구려 벽화에서도 발견되는 주름치마가 있다.

이쯤 되면 이미 머릿속에서 스마트폰에 접는 기술을 결합하는 발명을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발명이 나온 것은 아주 오래전이고, 지금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모 있게 폴더블폰을 구현하도록 하느냐가 발명의 핵심이 된다. 기존의 제품을 뛰어넘는 내구성과 기타 성능을 갖춤으로써 그야말로 새롭고(신규성) 뛰어난(진보성) 발명만이 특허를 받는다. 롤러블폰(rollable phone)과 결합한 것, 두 번 접는 폴더블폰, 기타 접는 방식이 다른 것 등의 다양한 변형 아이디어가 연이어 특허로 출원되고 있다.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삼성에서 출원한 것 같은데, 애플에서도 출원했네.”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발명을 자세히 뜯어보면 다른 구석이 많을 것이다. 각 기업은 구성의 부가, 변형 등으로 한 뼘 한 뼘씩 추가 특허를 확보하여 특허의 성벽을 쌓고 있다. 그럴수록 향후 특허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때문이다.

폴더블폰이 계속하여 성공 가도를 달릴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인 DSCC는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을 올해 750만 대, 내년 1590만대, 2026년 5100만대로 예측하였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애플도 2024년 폴더블폰 출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물론 누구든 예상하고 있을 터였다. 또한, 최근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롤러블폰 관련 특허출원 러시(rush)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롤러블폰의 상용화도 임박했다. 정말 ‘접지 못하면 접어야 하고, 말지 못하면 말아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즉 폴더블폰과 롤러블폰 경쟁에서 앞서가지 못하면 사업을 ‘접거나’ 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 어떻든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그 시장을 장악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마는 것이 시장의 생리이다.

지인 중에는 아직 구식 폴드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전화만 걸고 받는, 스마트폰에서 스마트를 없앤 그냥 ‘폰’만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유를 남보다 배는 더 누리는 것처럼 보여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발명을 접하고 그 신기함을 맘껏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즐기면서 사는 것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혜택이 아닐까. 물론 개인의 취향 문제이지만, 또한 직업과도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필자도 새로움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얼리 어답터라는 것이 한 번 되어 보려 한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