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1년 순연 전국체전, 무관중으로 고등부만 개최, 성적에 생계달린 실업선수들 ‘날벼락’

2021-09-24     정세홍
정부와 경북도가 오는 10월 경북에서 열리는 제102회 전국체전을 무관중·고등부만 개최하기로 하는 등 축소키로 하면서 울산시체육회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역체육인과 대학·일반 실업팀선수들도 신종코로나 시대 전국대회 개최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연봉협상 등 재계약의 기준이 되는 실적을 쌓을 기회가 없어지게 돼 불안감을 호소하며 정상개최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등 난감해하고 있다.

23일 정부와 경북도에 따르면 10월 경북에서 열릴 예정인 제102회 전국체육대회는 일반부·대학부를 제외하고 고등부만으로 한정해 축소 개최하기로 했다.

전국체전은 10월8일부터 14일까지, 전국장애인체전은 10월20일부터 25일까지 개최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전국체전 개최방안을 보고받고 대규모 체육행사 통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등부만 개최하도록 하고 방역대책을 보완하도록 각 시·도체육회에 통보했다.

지난해 제101회 대회는 취소된 데다 올해는 고등부만 열리는 반쪽 대회로 전락하는 등 2년째 전국체전이 제대로 열릴 수 없게 됐다. 이미 배드민턴 등 일부 종목의 경우 사전경기까지 치러졌지만, 고등부만 개최하기로 하면서 메달 획득, 시·도 순위, 종합점수 등도 큰 의미가 없게 됐다.

이달 초 선수단 규모를 1000명 가량으로 확정한 울산시체육회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참가 인원과 운영 방식 등 세부안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1000여명에 달하던 선수단 규모도 큰 폭의 축소가 예상된다.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고등부 선수들의 입시성적, 진학사안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소식에 지역 체육인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대학·일반 실업팀 선수들은 전국체전 개최 시점에 맞춰 준비를 하다 날벼락을 맞았다. 지난 2년동안 마땅한 전국대회조차 없어 실적도 제대로 쌓지 못했는데, 이번 전국체전까지 취소되면서 생계마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실업팀 선수들은 전국체전 성적이 향후 연봉협상과 재계약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 체전마저 안 열리면 자신의 가치 증명도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서영식 울산 역도실업팀 감독은 “선수들이 축소 개최 소식을 듣고 허탈해하고 있다. 훈련을 계속 하고 있지만, 모든 리듬이 흐트러졌다”며 “추후 개최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본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 그 자체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축소 개최 발표에 지역 체육인들 위주로 전국체전 정상개최를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이 청원은 23일 기준 약 2000여명 동의를 얻었다.

최종 참가인원과 경기장 배정 등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오는 28일께 열릴 예정인 실무협의회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의회는 또 다음달 20일부터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최 여부도 최종 논의키로 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