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32)]한글날은 어떻게 정했는가

2021-09-27     경상일보

이병도의 <가람일기>에 한글날 기념회 참석 기록이 있다. ‘1924년 2월1일(금) 맑다. 오후 4시부터 휘문고등보통학교에서 훈민정음 8회갑(480주년) 기념회를 하였다.’와 ‘1926년 11월4일(목) 맑다. 오늘은 음력 병인 9월20일인데 훈민정음 반포 제8회 회갑 일이다. 조선어연구회와 신교사 주최로 식도원에서 축하회 하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한글날 기념회 날짜가 둘이다. 기념일이 다른 배경은 <세종왕조실록> 해석 차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5년(1443년) 12월 조 ‘세종이 28자를 만들었고 이를 훈민정음이라 일컬었다.’ 이 기록을 근거로 훈민정음 기념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2월1일로 정한다. 세종 28년(1446년) 9월 조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진다.’는 기록을 근거로 환산하여 11월4일이 기념일이 된다. 조선어연구회는 세종 28년의 기록을 근거로 훈민정음 반포일을 추론한 것이다. 이날을 ‘가갸날’로 칭하고 기념식을 한다.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는 사실보다는 ‘만들었다’라는 1443년 실록 기록을 한글날 기념일로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세종 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운서 번역 사업, <용비어천가> 편찬 사업, <훈민정음> 해례본 작성 등이 훈민정음을 시험하는 사례가 아니고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 25년이며, 이때 훈민정음은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현 한글날 기념일 제정에 대한 다른 의견이지만 살펴볼 여지는 있다.

1932년에는 음력으로 행한 기념일을 양력으로 바꾸게 된다. 음력 9월 마지막 날인 29일을 기념일로 정한다. 율리우스력에 의한 양력으로 환산하여 10월29일을 훈민정음 반포일로 기념한다. 1934년에는 양력 환산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해 10월28일을 기념일로 변경한다.

10월9일을 한글날로 결정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이다. 1940년 <훈민정음해례> 본을 발견한다. 해례본에는 ‘정통 십일년 구월 상한(正統十一年九月上澣>’이라고 적혀있다. ‘9월 상한’을 해석하면 상한의 마지막 날이 10일이다. 이 날짜를 음력에서 양력으로 환산하여 한글날 기념일을 ‘10월9일’로 정한 것이다. 전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