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저출산, 청년인구의 탈울산, 여성일자리 확충의 열쇠는 실버산업

2021-09-27     경상일보

‘어쩌나 대한민국, 너무 빨리 늙어’ ‘한국 자연 소멸할 수도’와 같이 매스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관한 기사는 우리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이며, 더 나아가 울산 청년들의 이주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이고, 2026년에는 고령인구 비율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정책으로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문제가 서로 얽혀 풀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실타래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실버산업, 즉 고령친화사업이다. 이미 우리나라 실버산업의 시장규모는 2002년 6조3000억원 정도에서 2020년 125조원 정도로 연평균 14.2% 성장하고 있다.

실버산업이란 65세 이상 노인의 정신적·육체적 기능과 사회활동을 향상·지속시키기 위해 시장원리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약 8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를 맞이하여 실버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대학진학률, 민주화 등을 거쳤고, 높은 수준의 구매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과거의 실버세대와 다르게 자신을 부양 대상이 아닌 ‘삶의 주체’로 인식하는 액티브 실버세대이다.

실버산업은 의료보건, 금융, 여가활동, 주거 관리, 실버 용품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인도 등도 주요 실버산업으로 노인 건강관리 서비스, 가정 물리치료 및 응급진료 플랫폼, 의료 보조 기계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액티브 실버세대는 병원 기반의 건강관리보다 가정 또는 지역사회기반 건강관리를 선호한다. 따라서 이에 맞는 건강관리 서비스업 및 제조업 분야가 성장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 및 독일처럼 장기노인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두 나라와는 다르게 건강전문가들의 가정방문을 통한 서비스 제공에는 제도적 제한이 있다. 일본의 경우 방문 재활서비스가 주요 실버산업 중 하나이며, 이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 건강이 88% 호전되고 수요도 급증했다. 우리나라도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실버 건강 관련 제조업 분야는 건강 보조장비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고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보편적 설계 : 제품,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해야 한다. 날씨나 사용자의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지팡이 개발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는 건강관련 실버사업을 위해서 관련 인력양성이 필수적이다. 울산은 공학계열 인력양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보건의료 및 정보통신기술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일부 있지만,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정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고령층을 위한 정책으로 ‘지역사회의 돌봄 체계 완성’을 발표했다. 이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울산시도 실버산업 중 지역기반 건강관리 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역대학 및 산업체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필자가 재직 중인 울산과학대학교를 비롯해 울산지역 대학에는 간호·물리치료·치위생·스포츠·사회복지 등 관련 학과가 있으니 울산시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기대해본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건강보조장비 개발 분야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고, 건강관리 서비스 활성화는 해당 분야로 주로 진출하는 여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나아가 실버산업 중 의료보건 분야의 활성화는 고령인구의 건강관리를 넘어 울산의 당면 과제인 저출산, 청년 이주, 여성일자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원호 울산과학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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