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검증전 섣부른 인사에 시설공단 수장 1달공석 불가피

2021-09-27     이춘봉
울산시설공단 신임 이사장 내정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에서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울산시가 자격 요건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도 끝나기 전에 내정자를 발표함에 따라, 앞뒤 바뀐 행정으로 혼선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26일 울산 남구에 따르면, 정부 공직자윤리위는 지난 17일 울산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인 김석겸 전 남구 부구청장을 대상으로 취업 심사를 연 뒤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후 23일 신청 기관인 남구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김 내정자는 36년간 울산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 산업진흥과장, 교통정책과장, 행정지원국장, 남구 부구청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6월 명예퇴직해 공직자윤리위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됐다.

김 전 남구 부구청장을 포함해 복수 후보자를 시에 추천했던 울산시설공단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불승인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는 30일자로 박순환 이사장이 퇴임하는 만큼 당분간 업무 공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후임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앞서 진행한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공모 과정에서 복수 후보자가 지원할 경우 추천까지 한 달가량이 걸린다. 만약 단수 후보만 지원할 때는 다시 재공고를 거쳐야 하는 만큼 추천 기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애초에 시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 결정을 지켜본 뒤 후보자를 내정했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시는 시의회 인사청문회가 10월로 예정됨에 따라 시일이 촉박해 준비 기간을 충분히 두기 위해 내정자를 조기에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후보자를 공모하기도 전에 내정설이 나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가 내정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서둘러 내정자를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울산시설공단은 정관에 따라 당분간 본부장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