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221)]가을의 동화-고추잠자리

2021-09-28     이재명 기자

붉은 색 고추는 가을의 상징이다. 그런데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 말고도 하늘을 나는 고추가 있으니 바로 고추잠자리다. 잠자리는 울산 방언으로 ‘철이뱅이’ 또는 ‘철기’ 등으로 불리지만 유독 가을에 많은 것은 고추잠자리다. 고추잠자리는 고추처럼 붉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추잠자리의 색깔이 붉게 변하는 것은 짝짓기를 할 준비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아직 덜 자란 것은 짙은 황색이지만 성숙한 수컷은 얼굴과 배까지 붉게 변한다. 암컷들은 수생식물이 풍부한 곳에서 배 끝부분으로 수면을 치듯이 지나가면서 알을 낳는다. <동의보감>에는 고추잠자리를 정력제로 소개하고 있다. 충청북도 괴산군은 특산품이 고추인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추상품을 ‘고추잠자리’로 브랜드화해 판매한다.
 

윙윙윙윙 고추 잠자리/ 마당 위로 하나 가득 날으네/ 윙윙윙윙 예쁜 잠자리/ 꼬마아가씨 머리 위로 윙윙윙/ 파란 하늘에 높은 하늘에/ 흰구름만 가벼이 떠 있고/ 바람도 없는 여름 한낮에/ 꼬마아가씨 어딜 가시나/ 고추 잠자리 잡으러/ 예쁜 잠자리 잡으러/ 등뒤에 잠자리채 감추고서 가시나/ 윙윙윙윙 고추 잠자리…

‘윙윙윙’은 가수 박은옥이 1978년에 발표한 동요로, 마당 위를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와 그 잠자리를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들고 따라 다니는 꼬마 아가씨의 모습을 묘사한 노래다. ‘윙윙윙’을 영어 발음대로 표기하면 ‘Wing Wing Wing’이 된다. 이를 다시 우리말로 해석해 표기하면 ‘날개’가 된다. 그럴리는 없지만 공교롭게도 윙윙윙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의 행동과 고추잠자리의 날갯짓이 딱 맞아떨어진다.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봐 그런가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엄마야 나는 왜/ 갑자기 보고 싶지/…/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잠든 날~/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면/ 흰구름만 흘러가고/ 나는 어지러워/ 어지럼 뱅뱅/ 날아가는 고추 잠자리~



조용필의 ‘고추잠자리’와 박은옥의 ‘윙윙윙’은 둘 다 동심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안도현 시인은 시 ‘고추밭’에서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고 말한다. 가을볕에 동심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