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친 전셋값’ 이대로는 안된다

2021-09-28     이재명 기자
울산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 2019년 9월 이후 106주째 오르고 있다.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울산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2672만원으로 1년 전 1억6952만원에 비해 5720만원(33.7%)이나 올랐다. 서울 전세 가격은 같은 기간 27% 뛰었다. 언론에서는 대부분 서울의 전세대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울산의 문제가 더 크다.

전세값이 1년만에 33.7%나 올랐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 서민들이 1년 동안의 월급을 모두 긁어모아봤자 1년 사이에 오르는 전세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물량마저 바닥나기 일쑤다. 일부 부동산업계에서는 벌써 최악의 가을 전세대란이 시작됐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전세대란은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전세대책이 잘못 세워졌고, 그럼으로써 수급불균형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했다. 그러나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는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전세금 차이가 벌어지는 ‘이중가격’이다. 같은 아파트의 같은 평수인데도 전세금은 천양지차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신혼부부 등 신규 수요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세입자와 집주인 간 계약 갱신, 임대료 인상을 놓고 갈등이 폭증하고 있다.

남구 문수로2차아이파크 2단지 전용면적 101㎡의 경우 2년 전만 하더라도 4억4000만~4억8000만원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 7월에는 8억원으로 거래돼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세입자들의 박탈감이 큰 것은 현재의 전셋값이 2년 전엔 집을 살 수 있었던 가격이란 점이다. 남구 달동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를 찾는 손님은 많은데 전세는 씨가 말랐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지 못해 각자 집에 살다가 뒤늦게 합치기도 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 가운데 당장 이번 가을철에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도 예년에 비해 적어 신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기존 세입자들 상당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전세 매물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연말이나 돼야 전세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울산에서는 이미 ‘미친 전세값’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상황을 정부는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