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울산지역 ‘최악의 전세난’ 온다

2021-09-28     석현주 기자
올 가을 울산지역 부동산 시장에 최악의 전세난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법 도입 이후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전셋값은 끝 모를 상승 행진을 거듭하며 불길이 점점 번져가는 기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고 있어 가을 이사철을 앞둔 전세 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지난 2019년 9월 이후 106주 째 이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발단이 됐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가격이 들썩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세 계약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감안하면 시장에 나오는 전세 매물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전세 수요는 꾸준한데 이들을 받아줄 전셋집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전셋값이 점점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번 가을철에 이사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도 예년에 비해 적어 신규 아파트 입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남구 달동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를 찾는 손님은 많은 전세는 씨가 말랐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지 못해 각자 집에 살다가 뒤늦게 합치기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8월 울산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2672만원으로 1년 전 1억6952만원에 비해 5720만원(33.7%)나 올랐다.

전셋값이 2년 넘게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오른 탓에 2억~3억원씩 오른 단지도 수두룩하다.

남구 문수로2차아이파크 2단지 전용면적 101㎡는 2년 전만 하더라도 4억4000만~4억8000만원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 7월에는 8억원으로 거래돼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무주택 세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은 현재의 전셋값이 2년 전엔 집을 살 수 있었던 가격이란 점이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부족하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국부동산원의 9월 3주 울산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2.4로 올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초 144.6까지 치솟았던 울산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대폭 하락한 것이다. 전세수급지수(0~200)는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많음을 의미한다.

울산지역 전세수급지수가 낮아진데는 대단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예정된 북구지역에서 전세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울산 북구지역 전세 매물은 544건으로 1월1일(209건)과 비교해 160.2% 늘어났다. 동구 역시 179건에서 299건으로 67.0% 증가했으나 중구와 남구, 울주군의 경우 전세매물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울주군 범서읍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물량도 부족하고, 그만큼 가격도 많이 올랐다. 기존에는 매매가격의 70% 수준에 전세 계약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80~90%에 육박한다. 당분간 신규 입주 물량도 없고, 전세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면서 “법 시행 2년이 도래하는 내년에는 갱신 만료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세 가뭄현상은 더욱 심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