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그곳을 걸으며 그들에게 위로를…

2021-09-30     홍영진 기자
구명자의 첫 시집 <하늘물고기>가 나왔다.

시인은 기억 속의 장소를 따라 걷는다. 거기에서 건져 올린 조·부모님, 그리고 인연들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손길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잊힌 이들의 호명이란 위험하다. 혹자는 ‘귀신을 깨우는 일’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그들을 위로하고 재생시키는 오르페우스적인 작업을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위로와 창조적인 작업을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 그 작업이 시 창작이다.

‘천 리 길 달려 어머니를 뵈었더니 담장에 노란 수세미꽃 걸어놓고 반깁니다 멀찍이 나를 반기는 또 한 사람 내 어린 날을 나보담도 더 많이 기억하는 느티나무 당신의 그리움처럼 무성합니다…’ ‘어머니의 시편-시편78편39절’ 중에서.

여러 시에 나타나는 무덤과 죽음 이미지, 그리고 꽃은 이런 시인의 작업에서 비롯했다. 또한 그의 시에 하늘을 나는 새나 달 이미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구명자 시인은 울산하나문학회 부회장, 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