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다운 집으로]“서로 돕고 사는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 자라야”

2021-10-01     정세홍

한국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엄마와 가온(가명·9)이네 삼형제의 사연을 접하고 최진욱(41) 최진욱치과 원장이 흔쾌히 후원을 결정했다. 최 원장은 치과를 운영하면서 환자들과 함께 모은 성금을 꾸준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에 전달해왔다. 최 원장은 ‘집다운 집으로 14호 나눔천사’가 됐다.

◇힘들면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 됐으면

최진욱 원장은 “저도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아이의 아빠다. 좋은 아빠가 돼야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사연을 접하고 나서 가온이네가 주변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다문화가정이다 보니 주위의 선입견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저도 그랬다. 힘든 상황에 처한 우리나라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타국에서 다문화가정은 상황이 더 안좋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좋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기부를 하고, 좋은 일을 했다고 자주 얘기를 한다. 그럼 아이들이 ‘왜 그렇게 하느냐, 그걸로 맛있는 거 사먹자’는 답이 돌아온다. 저는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앞으로 커서 어떤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 아빠가 나서서 나눔을 하고 좋은 사회가 만들어지면, 너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얘기를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열심히 생활해서 성인이 돼 다른 사람을 흔쾌히 돕고, 힘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한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만 봐도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비용 때문에 치과를 못 오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도 계속 나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천사 도움으로 용기 얻어

가온이네는 최근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네 식구가 새로 정착한 집은 전용면적 69.57㎡(약 21평)로 방 3개짜리 아파트다. 지어진 지 좀 됐지만, 집 주인이 리모델링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내부도 깔끔하다.

가온이 형제들에게도 새로운 방이 생겼다. 그동안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방에서 네 식구가 생활했지만, 이번 이사를 통해 안방은 엄마와 영유아인 가온이 동생이 쓰고 작은방에서는 가온이와 가온이 형이 생활하기로 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가온이 형은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이 생긴 것에 기뻐했다. 남은 방 한 곳은 붙박이장으로 구성돼 있어 옷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가온이 엄마는 “그동안 네 식구 옷과 짐을 둘 곳이 없어 고민이었다. 새 집에는 붙박이장이 크게 있어 수납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가온이 엄마는 부엌의 조리 공간도 넓어지고 수납공간이 많아 이전보다 아이들을 위한 요리를 하기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거주지는 월 수입의 30% 이상이 주거비로 지출됐지만 이번에 입주한 LH 전세임대주택은 월 임차료가 약 20만원이라 정부보조금(주거급여)으로 납부할 수 있어 가계 부담이 크게 줄었다.

가온이 엄마는 서툰 한국어지만 도움을 주신 후원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가온이 엄마는 “저희를 좋은 집에 살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친인척 하나 없는 낯선 한국 땅에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느라 어려움이 많았는데 나눔천사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었다”며 “아들 예쁘게 키워서 잘 살겠다. 너무 너무 감사하다. 한국은 너무 좋은 나라다. 진짜로 잘 살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주거빈곤아동 주거비 지원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052·275·3456) 혹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