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의 시작은 취업이다

2021-10-06     경상일보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 이윤은 다시 설비 투자나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기업은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적 자원이 투입되어 기업이라는 기계에서 동력원을 담당하게 된다. IMF 이후 이러한 선순환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었다. 고용 안정성이 흔들려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수익성이 낮은 부분은 외주화가 되었다. 기계를 움직이던 동력원은 점점 약해졌고 기계도 서서히 멈추기 시작하며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필자는 다양한 중소기업을 만나왔다. 사업이 잘되어 회사와 고용지표가 크게 성장하는 기업,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방어적인 투자를 하는 기업, 인력 수급에 항상 고민을 하는 기업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전자를 제외한 경우가 중소기업의 대부분이며 기업 자체 체질 개선을 바라기에는 이 악순환이 너무 오래되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판로 개척과 기술 개발, 크게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종속되어 납품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판로 개척은 중소기업의 매출 증대뿐만 아니라 수직적 종속 관계에서 벗어나 단가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또한 원천 기술 보유도 협상 단계에서 우위를 점할 방법이다.

정부는 이러한 선순환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판로 개척을 위해 조달청의 경우 G-PASS 인증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독려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혁신 제품 발굴과 공공기관의 기술 개발 제품 우선구매, 공공 입찰 등으로 기술 경쟁력 및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경쟁력 강화의 궁극적인 방법은 원천 기술 개발이다. 이것은 ‘동력원’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동력원이 사라지고 있다. 울산 지역의 경우 인력 대부분이 현장 직무에 치중되어 설계, 개발 등 사무직은 구직 인원이 적거나 경력직을 원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 임금제 상승이 더해지며 기업과 구직자 간의 미스매칭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평균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졌다. 이 격차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심화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심화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사회초년생이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문제가 점점 굳어지다 보니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없어지고 더욱 대기업과의 거래에 발생하는 매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구직자의 중소기업 유입만이 답이다. 정부는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보조하고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하며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기술혁신형, 인재육성형 등 각종 인증 제도를 통해 기업을 발굴하여 기업을 지원하고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임금 격차나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기업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숨 고르기가 되고 중소기업 취업자들에게는 지원 직무에 대해 새로운 시야를 얻고 한 발짝 나아갈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함께 직장인, 소상공인, 취업준비생 너나 할 것이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인의 선행으로 시작된 착한 임대인 사업, 처음부터 마스크 착용을 잘해준 국민 등 코로나 시국에 많은 미담 사례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중소기업의 재도약 역시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문제다. 방역에 온 국민이 동참하여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듯이 중소기업의 재도약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