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또 강성 집행부…험난한 노사관계 예고

현 노조 집행부 사무국장 출신
그룹사 공동교섭단 추진 공약
경영난 사측과 협상타결 난관
올해 임금협상도 해넘길 듯

2019-11-28     차형석 기자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새 집행부 선거에서 또 다시 ‘강성’ 성향의 후보를 선출하면서 가시밭길 노사관계가 예상된다. 기존 집행부와 마찬가지로 투쟁 기조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여기에 현대중공업 그룹 공동교섭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든 공약을 내세워 향후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7일 실시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 23대 집행부 선거에서 당선된 조경근 당선자는 회사 물적분할에 반대해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주도한 현 집행부 사무국장 출신이다. 따라서 현 집행부의 투쟁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선거 기간 조합원 임금과 복지 확대, 통상임금 빠른 승소를 위한 활동, 정년 연장 제도적 준비, 현대중공업 그룹 공동교섭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 중에서도 현대중공업 그룹 공동교섭 추진 건은 향후 노사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따로 하던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꾸려 그룹사 전체와 공동교섭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희망·정년퇴직 등으로 조합원이 줄어들면서 약화된 조직력을 그룹사 전체 공동교섭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이 일렉트릭·건설기계·로보틱스(현대중공업지주)로 분할됐지만, 노조는 ‘4사 1노조’ 원칙에 따라 해마다 타결이 지연돼왔다. 4사 1노조 원칙이란 4개사로 분할됐지만, 노조는 단일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각 분할사 중 1곳이라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미 타결된 곳이라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 주변에서는 그룹사 전체가 교섭단을 꾸리면 조직력이 강화돼 노조 측으로서는 더욱 강력한 요구를 내놓아 글로벌 조선경기침체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회사와의 협상과정이 험난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실적과 상황 등이 다른 각 회사가 공동교섭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어서 요구안은 사측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여기에 아직 타결 짓지 못한 올해 임금협상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 임금협상 관련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개월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회사가 단행한 법인분할을 둘러싼 대량 징계와 고소·고발 등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고 노사간 남아있던 앙금과도 연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집행부 사무국장 출신이 집권함에 따라 임협 교섭은 난항이 예상되는 등 4년 연속 연내 타결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8대 집행부 선거를 실시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