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교육재정의 합리적 배분이 필요하다

2021-10-12     경상일보

50년 전인 1971년에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그동안 매년 내국세의 20% 이상이 지방교육청에 배정되어 교육에 투자됐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초·중등 교육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한 반에 60~70명이었던 ‘콩나물 교실’이 이제는 20명 정도의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었고, 교육용 기자재와 각종 시설도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 이 제도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재육성에 필요한 교육재정을 우선적으로 확보해 사회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50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 상황은 크게 변했다. 인구의 감소로 지난 15년간 학령인구는 791만명에서 542만명으로 31%가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부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정부가 일선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은 59조6000억원으로 2006년(24조6000억원)의 2.4배로 증가했다. 교육청의 예산수요와 관계없이 내국세의 20% 이상을 자동 배정하도록 규정된 법률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교육청이 사용하지 못하고 남긴 불용예산이 최근 5년간(2016~2020년) 연평균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또한 학생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동안 교육공무원 숫자는 두 배가 증가했다. ‘교육재난지원금’ 등과 같은 현금성 지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예산운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내국세의 증가에 따라 불어나는 교부금을 모두 지출하지 못해 돈 쓸 곳을 찾아다니는 교육청과 달리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들의 재정상황은 빈사(瀕死) 상태에 빠져 있다. 대학등록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해소하려고 등장한 ‘반값 등록금’ 때문이다. 2009년부터 13년째 대학등록금은 동결되어 있다. 정부가 등록금 인상과 대학지원금을 연계시켜 놓고 있어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수가 없다. 반면에 이 기간 동안 물가는 약 25% 정도 인상됐다. 신입생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면서 대학재정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하면, 2018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적자 규모는 약 275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비용은 증가하는데 등록금 수입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학교육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초·중등교육에는 재정이 넘쳐나고 고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에는 적자가 쌓여가고 있는 상황은 누가 봐도 극히 비정상적이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마련된 교육재정이 지역의 대학에도 배분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적 역할은 지역대학에 있다. 지역발전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인력의 대부분은 지역의 대학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도 지역의 대학을 보고 자리 잡는다. 독일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 SAP의 본사는 소도시 발도르프에 있다. 주변에 하이델베르크대학, 카를스루에공대라는 유수한 대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젊은이들도 주변에 좋은 직장이 많기 때문에 굳이 다른 대도시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적 자원과 일자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 경제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에 대학이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지역경제는 파산 직전이다. 이러한 악순환 현상은 지역대학의 침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13년 등록금 동결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대학에서,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연구성과를 제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학이 살아야 한다. 50년 전의 규정에 따라 교육재정이 초·중등교육에 과도하게 배분되어 불용액이 넘쳐나고 선심성 현금지출로 국민의 세금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교육재정의 합리적인 배분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지역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