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징어게임’에 빠진 부동산 시장

2021-10-12     석현주 기자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죽는단 말이야. 제발 그만해.”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오영수 분)이 게임 참가자들에게 외친 말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수백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가했다. 다소 허무맹랑한 이 상황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당연해진 요즘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과 겹쳐 보인다.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수록 집값은 고공행진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서민들은 발버둥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 첫 번째 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동안 골인 지점을 향해 뛰어가야 하고, 술래가 돌아봄과 동시에 동작을 멈춰야 하는 게임이다. 만약 그 때 움직인다면 죽는다. 누군가는 부동산 규제 정책 틈에서도 사각지대를 피해 투자했고, 무주택자들은 조금이라도 덜 오른 가격에 내 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았다. ‘오징어 게임’ 속 상황과 현재 부동산 시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자칫 ‘오징어 게임’에 떠밀려 목숨을 걸고 참가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전월세 시장에 놓인 서민들이다.

정부는 줄곧 임대차법 도입으로 갱신계약이 늘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신규계약의 전셋값이 끊임없이 치고 올라오자, 정부는 연말까지 새로운 전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특히 전셋값 상승과 이에 따른 이중·삼중가격 현상은 지난해 임대차법 도입 이후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지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술렁인다. 전셋값 이중가격 해소를 위해 더 강력한 규제를 꺼내 들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갱신·신규계약 간 격차를 줄이려면 높은 가격대를 아래로 낮추거나, 낮은 가격대를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규제 효과는 일시적이다. 오히려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까지 뒤흔들 수 있다.

일각에선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아우성도 쏟아진다. 그동안 정부는 시장이 요구하는 사항은 제쳐놓고 변죽만 울려대는 부동산 대책을 선보여 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동안 꼬인 걸 풀어 해결하는게 더 우선이다. 지옥 같은 ‘오징어 게임’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구제할 현명한 묘안이 제시될 수 있길 기대한다. 석현주 경제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