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데 불명확한 기준에 울산 지자체들 ‘혼선’

2021-10-12     이춘봉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울산 기초지자체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제조업 중심이 아닌 행정기관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 마련이 지연될 경우 앞장서서 법규를 준수해야 할 행정기관의 법 위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27일 시행된다. 정부는 인명 피해 발생 시 사업주의 책임 강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법을 제정했다.

법 시행으로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가 확대된다. 특히 지난해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행정기관의 공무직 및 기간제 근로자 등 ‘현업 업무 종사자’도 보호 대상에 해당됨에 따라 지자체장과 시교육감 등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교육청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이행을 위해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채용해야 한다.

울산시교육청은 2000여 명의 현업 업무 종사자가 근무해 안전관리자 2명과 보건관리자 1명을 뽑아야 하는데, 이미 임기제 직원을 채용했다. 현업 업무 종사자가 평균 400명 수준인 울산시는 안전·보건관리자 각각 1명씩을 채용해야 한다. 시는 조직 개편을 통해 내년 1월 임기제 직원을 채용키로 했다.

시와 시교육청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반면 기초지자체들의 속도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관내 현업 업무 종사자 숫자가 몇 명인지 파악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혼선을 막기 위해 산안법 시행령과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해 현업 업무 종사자의 범위를 명시했지만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기간제 근로자 중 어디까지를 현업 업무 종사자로 봐야 할지, 공공근로자는 현업 업무 종사자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이를 고용부에 문의했지만 명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는 사이 지자체가 안전·보건관리자를 뽑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예전처럼 위탁 업무가 가능할 경우 1명이 여러 업체를 담당하면 되지만, 채용된 관리자는 1곳만 담당해야 해 인력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관리자의 인력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뒤늦게 채용에 나설 경우 인력 부족으로 필요 인력을 뽑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제조업을 기준으로 만들다 보니 행정기관과 관련한 내용이 허술하다”며 “고용부 차원에서 행정기관에 적용할 구체적인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행정기관이 법규를 위반하는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