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전세 실수요자들 아우성

2021-10-12     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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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추가 규제를 우려하며 “전세대출 규제를 재고해 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5대 은행 대출 증가율 이미 5%…연쇄 ‘대출 중단’ 임박

연말까지 약 3개월도 채 안남은 상황에서 주요 시중 은행들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초 정부의 억제 목표(5~6%)치의 하단선을 속속 넘어섰다. 때문에 NH농협을 비롯해 주요 시중 은행들은 연말까지 일부 대출 창구를 아예 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7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작년 12월 말 보다 4.97% 증가했다. NH농협(7.14%)이 가장 높고, 하나은행(5.23%)이 뒤를 이었다. 가계대출 규모 1위 KB국민은행(5.06%)도 지난달 말 4.90% 이후 1주일 만에 0.16%p 올라 5%를 넘어섰다. 우리은행(4.24%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께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 신용대출 증가율은 10.14%에 이른다. 올해 불어난 가계대출 33조2877억원) 가운데 49.56%는 전세자금대출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갈수록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29일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의 한도를 크게 줄였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부터 지점별로 월 대출 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15일부터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대출난민 현실화 우려···전세대출 규제에 실수요자 ‘걱정’

정부가 이달 중순께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전세대출 규제를 포함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불안이 증폭하고 있다. “집값 폭등 탓에 벼락거지가 됐는데 전세대출까지 막혀 월세로 나앉게 생겼다”는 것이다.

집값, 전셋값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수요는 기본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 수요자들은 저축은행이나, 카드회사, 대부업체, 불법 사금융 시장 순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이른바 ‘대출난민’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는 청원인은 “은행에서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가심사를 받고 입주 한 달 전 안심하고 계약했는데 지금 전세대출을 조이면 계약금을 날려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금융당국…이달 중순 가계부채 보완대책 발표

정부는 이달 중순께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전세대출 규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계부채 보완대책’의 하나로 고(高) DSR 대출 비중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고DSR 대출 허용 비율을 현재보다 낮추게 되면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와 고액채무자에게 추가 대출이 차단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출 관리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서민·취약계층이 직·간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의 규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