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가을, 단풍 옷을 입다
지난달 30일 설악산 대청봉에 이어, 지난 5일 오대산에서 첫 단풍이 관측됐다. 대개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 아래로 전체의 20% 정도 물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데, 평년과 지난해의 설악산 단풍 시작일이 모두 9월28일었던 것에 비한다면 좀 늦은 것이다.
울산은 최근 이어진 세찬비로 낮 기온이 20℃ 아래로 폭삭 주저앉았다. 지난주에 비한다면 10℃나 뚝 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면 기온이 낮아지고, 낮 시간도 짧아져 그만큼 햇빛양도 적어지게 되는데,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단풍은 대략 9월 한달 가량의 기온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10월 초부터 단풍이 드는 설악산의 경우, 9월의 날씨가 단풍의 속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단풍은 일교차에 영향을 받는다.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은 더 빨리 물든다. 보통 일 최저기온이 5℃ 아래로 내려가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데, 일교차가 크면 그만큼 일 최저기온도 낮아지기 때문에 가을을 재촉하는 것이다. 해안보다는 일교차가 큰 내륙지역에서, 평지보다는 높은 산에서 단풍이 빨리 찾아오는 것도 바로, 일교차 때문이다. 강수량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강수량이 적으면 단풍이 들기 전에 잎이 모두 말라버려 낙엽이 되고, 반대로 강수량이 많으면 잎이 일찍 떨어지게 된다. 적정 강수량이 좋은 단풍을 만든다.
유난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해는 첫 단풍이 그 시기를 놓쳤다. 이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현장 관측을 시작한 2009년부터 우리나라 산림의 단풍 절정시기는 연평균 0.4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여름 기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단풍 절정일은 1.5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풍절정은 산 전체의 80%가 물들었을 때를 말하는데, 올해 단풍 절정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제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10월 하순경으로 예상된다. 전국 평균은 10월26일로 지난해 대비 전국 평균 3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날씨누리를 통해 전국 유명산의 단풍 현황을 실시간 업로드 한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주)에코그린캠퍼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