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글문화특구 성공하려면 한글마을 품격부터 높여야
울산 중구가 한글도시를 꿈꾸며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핑크빛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울산 시민들조차 한글마을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울산시는 2001년 당시 동동 외솔 생가터 주변인 내황교 북측~장현 교차로 4.5㎞구간 도로를 ‘외솔큰길’로 명명했고, 이어 외솔 생가터를 시 지정문화재인 기념물 제39호로 지정했다. 이에 중구는 외솔 선생을 중구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글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2009년 9월 외솔 생가를 복원하고 외솔기념관도 준공했다. 병영오거리와 서동교차로에 한글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고, 외솔 한옥도서관도 건립했다. 또 한글상징 가로등과 간판거리 조성 등 개선 사업도 진행했다. 이어 3㎞ 길이의 외솔탐방로를 조성해 방문객들이 산책을 하며 외솔의 일대기와 글귀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일단 한글 주제의 마을이라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이곳이 한글마을인지를 전혀 알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른 일반 거리와 차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외솔산책길도 시작 지점을 찾기 힘들고 관리도 부실한 모습이다. 한글마을을 방문한 뒤 연계해 찾을 관광 거리도 없다. 한글마을을 찾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일원 한글 간판거리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종로구는 외래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소리나는대로 한글로 표기해 간판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눈에도 훨씬 잘 들어온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의 증가는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남구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장생포 고래마을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한 수준이다. 고래마을을 찾으면 한눈에 고래 테마 장소임을 알 수 있다. 고래마을은 SNS 상에도 일명 ‘핫플’로 떠오르고 있고,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병영 한글마을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자 주요 활동 무대였다. 외솔 선생은 병영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도 남겼다. 중구는 이런 지역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해 적용 방안을 도출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특색과 품격을 갖춘 결과의 도출과 실행이 한글역사문화특구 지정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휘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