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아이낳기를 애국행위라 하기 전에
요즈음 가끔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에 축하하러 가보면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필자에게는 군대 갔다와 복학한 대학생 아들과 그의 형인 30대 중반 직장인 아들이 있는데 큰애가 아직 미혼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결혼과 출산은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과 미래 세대의 구성원이 만들어진다는 면에서 공동체의 입장에서도 큰 관심을 갖는다.
1970~80년대에 남자가 서른 살을 넘기면 노총각이라 하였고 여성도 보통 20대 중후반에 혼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평균 수명의 증가와 경제적 이유 등으로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졌다. 1인 가정인 독신이 늘어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아이낳기를 장려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과거 금기시하던 미혼모나 혼전 임신도 출산을 통한 인구 증가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까지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조사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출산율은 2020년 기준 OECD국가 중에서 제일 낮다. 실제 남녀 결혼에 대한 의식조사를 보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응답율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출산율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2060년쯤 청소년 인구가 현재 830만여명의 2분의 1 정도가 될 거라는 예측도 있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현상은 국가적으로 불행이다.
인구, 특히 젊은 층이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많아져 복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복지를 떠받드는 사람 즉 생산인구와 같아지거나 많아지는 지점이 20년후쯤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는 미래 생산 인구인 젊은 세대가 노인 인구를 부양하는 상황을 만들고 국민연금 등의 고갈과 같은 경제적 문제에 더하여 국력의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적정한 인구는 공동체 유지와 국가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거나 늦은 결혼에다 출산을 꺼리는 현상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것일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만족스런 삶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 경제적 상황이 큰 원인일 것이다. 청년 취업이 어렵고 천정부지 집값에 자기 집 장만도 쉽지 않으며 자녀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으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세상살이가 하도 팍팍하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자녀가 성장하여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인지에 회의감이 든다면 결혼은 물론 아이낳기를 꺼릴 것이다.
근본적 대책이 무엇일까. 현재 추진하고 있는 출산과 육아 및 자녀 교육에 돈을 지급한다면서 아이낳기를 장려하는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돈을 준다고 자신의 제반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출산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생길 것이며 인구 증가에 보탬이 되도록 낳을지 의문이다. 아이낳기를 애국행위라고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홍보성 구호로서 과장된 느낌이 든다. 인구를 생산력이라는 관점에 치중하여 바라보는 견해는 휴머니즘과 멀어져 있다는 인상마저 풍긴다.
결혼과 아이낳기는 누구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행복을 누리고 있으며 노력하면 그럴 수 있다고 느낄 때 자연스레 촉진될 것이다. 아이낳기를 애국행위라고 하기 전에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원하는 삶을 개성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교육적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다. 돈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출산 장려보다 인구가 다소 줄더라도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장성한 자녀가 결혼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무겁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