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61)]김아해의 필요충분조건
인재인프라가 부족한 지방도시에서는 외지에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인력들이 참으로 반갑다. 하지만 막상 이곳이 고향인 작가들도 오랜 시간 떠나 있었기에 어디서 어떻게 활동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이때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누군가를 알게 되거나, 지역의 레지던시에 들어가게 되면 시작이 아주 괜찮은 편이다. 필자도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김아해 작가도 같은 과정을 거쳐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지역의 레지던시를 거친 김아해 작가는 현재 중구 중앙동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혼자서 작업하다가 고립될 것 같다는 불안감과 함께 지역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건강한 예술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5월부터 9월까지 5회의 워크숍을 개최했다. 첫 번째 워크숍은 김아해 작가 본인이 청사진 인화로 진행했다. 6월에는 강정인 작가의 비건 쿠키 만들기, 7월은 박지형 독립큐레이터의 토크로 협업을 위한 작가의 태도 등 실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눴다. 8월은 정이지 작가의 주된 경제적 활동인 미술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고, 9월에는 이승희 작가가 종이컵으로 재생지를 만드는 워크숍을 함께 진행했다.
김아해 작가는 울산 뿐 아니라 대구와 서울에서 활동하는 여러 청년 작가·기획자들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그 안에서의 대화, 표정, 활동들을 회화로 풀어냈다. 종이카드(엽서크기)로 다수 제작하고, 캔버스 9점으로도 제작했다. 작년에 열었던 개인전 ‘서랍을 열면’에서는 예술가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그 인터뷰를 토대로 회화 등 다매체로 제작하여 서랍에 넣어두어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올해는 예술가들을 찾아오게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두 번의 워크숍은 비대면으로 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었으나 온라인상의 진행으로 해외 작가들도 참여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다섯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기록된 김아해 작가의 다양한 예술적 언어들은 ‘필요충분조건(Necessity and Sufficiency)’이라는 타이틀로 19일부터 11월1일까지 중구 갤러리 월(중앙길 158)에서 선보인다. 서로의 끈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예술인들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프로젝트 아카이빙 웹사이트가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