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산림 골재 채취, 계속되는 갈등]대형공사 느는데 대책없는 골재난

2021-10-27     이왕수 기자
울산지역 곳곳에서 채석장, 즉 산림 골재 채취에 따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건설공사가 잇따라 예정된 울산에서 건설공사 기초재료로 쓰이는 골재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항변하지만 산을 대규모로 깎아내는 작업인데다 자연환경 훼손은 물론 발파에 따른 진동, 소음, 먼지 등의 피해를 유발하다보니 골재 채취는 ‘양날의 칼’로 불린다. 본보는 산림 골재 채취를 둘러싼 논란과 향후 과제 등을 점검한다.



◇수요 대비 공급 부족한 골재

울산에는 골재를 채취하는 채석장이 8곳 위치하고 있다. 이들 모두 울주군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데, 5곳은 범서읍 중리에 있다. 업체 대부분이 지역 건설공사 현장에 골재를 공급하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도 골재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울산지역 골재 소요량은 지난해(601만㎥)와 비슷한 수준인 602만8000㎥다. 25t 덤프트럭 약 30여만대(대당 18~20㎥) 분량이다. 거의 70%가 관내 허가된 산림에서 채취된다. 부족한 양은 타 시·도 반입 또는 기타 방식으로 채워진다.

숲 훼손이 불가피한 산림 채취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전체 소요량 대비 산림 채취량이 46.5%(297만㎥), 2020년 48.3%(290만㎥)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69.2%인 417만2000㎥에 달할 예정이다.

바닷모래 공급량이 대폭 감소하고 타 시·도 반입 물량도 적다보니 산림 채취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앞으로 울산지역에 대형공사가 잇따라 예정됐다는데 있다. 수천가구 규모의 중구 B-04, B-05 재개발 사업을 비롯해 다운·척과지구, KTX 역세권 개발, 울산신항 등의 공사가 예정되면서 앞으로 공급돼야 할 골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자연환경 훼손, 주민 피해 불가피

울산 울주군 선바위휴게소에서 두동면 방면으로 달리다보면 나오는 범서읍 중리 일원. 채석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길가에 자라난 나무, 풀은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 써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골재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쉼없이 오갔다.

채석장에 도착해보니 숲이 우거져야 할 산은 마치 위에서부터 칼로 잘라낸 것처럼 암석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채석장의 하늘은 흙먼지 등으로 안개가 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작업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먼지였다.

중리마을, 지지마을 등과 인접한 이곳은 울산의 대표적인 채석장 밀집지역이다.

인근 주민들은 채석장에서 수시로 들려오는 발파에 따른 소음이나 진동, 먼지, 균열 피해 등을 호소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골재가 국가 경제를 견인할 건설산업 기초재료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환경 훼손 또는 주민과의 갈등 등을 불식시키고 안정적인 골재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야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자체 역시 민원이 접수될 경우 해당 업체에 협조 요청을 하는게 사실상 유일한 대책이다.

중리의 한 골재업체가 사업범위 확대 및 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은 현재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반영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