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울산혁신도시 행복문화주간’에 거는 기대

2021-10-28     홍영진 기자

지난 25일 밤 울산중구문화의전당 공연장을 다녀왔다. 500석 가까운 함월홀에 200여명 관람객이 들어찼다. 한자리씩 띄워앉기를 했다. 실로 오랜만에 객석이 채워졌다. 11월1일 시작되는 코로나의 단계적 일상전환이 피부로 확 느껴졌다. 그날 행사는 ‘2021 혁신도시 행복문화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식과 축하공연이었다. ‘문화가 있는 삶’을 앞세워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을 보낸다니 꽤 근사했다. 울산시와 울산중구, 울산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이 후원·주관·주최한다.

이 행사는 사실 지난해부터 본격 시작됐어야 했으나, 코로나 때문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올해 역시 행사를 치르기에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다. 담당부서에서는 취소 혹은 축소를 고민하기도 했다. 다만 조금씩 달라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본격 추위가 시작되기 전에 거리두기 지침 안에서 조심스레 시도할 수 있었다.

예술향유와 여가생활이 사라졌던 1년8개월여 공백기는 우리 삶에 예상외로 큰 영향을 미쳤나보다. 관람객 대부분은 본 행사가 시작되고도 어색하고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다행히 사회자의 재치있는 멘트때문인지 시간이 흐르면서 웃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래는 오랜만의 공연장 나들이가 즐거웠는지, 아낌없는 박수도 이어졌다. 모든 순서가 끝난 뒤 사람들은 저마다 향후 공연 일정이 적힌 팸플릿을 손에 들고 총총 자리를 떴다. 이듬해, 그 이듬해까지 해를 거듭할수록 이 행사의 내용과 규모가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은 울산공업도시 기공식 60주년이 되는 해다. 국가산단에 집터와 일터를 내주고 떠났던 이주민들 사연이 적지않다. 산업수도 울산의 발전사는 이주사(史)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선업, 자동차, 석유화학뿐만 아니라 식수와 공업용수, 치수를 위한 댐 건설 역시 수천·수만가구 주민들을 이주민으로 만들어 낯선 도시 혹은 더 깊은 산속으로 등떠밀었다.

많은 사람들은 울산에서 이주민 이야기가 끝난 줄 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울산혁신도시는 2012년 첫 공공기관이 입주한 뒤 2014년 마지막 10번째 공공기관이 입주했다. 이제 겨우 8년 차 혁신도시가 2만명 신도시가 되기까지는 절터골, 강순내, 길촌먼당, 수패골, 집안논골, 장안논골, 원약골, 장현골 등 대대로 그 땅을 지키면서 뿌리내린 옛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그 동안 울산에 온 공공기관 직원들의 정주를 위해 온갖 회유책이 많았다. 하지만 거주지를 내주고 흩어진 옛 주민들 마음을 치유하는 행사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 흔한 애향비 하나 만들새 없이 산과 들, 논밭을 내주고 팍팍한 도심으로 내쫓기듯 사라진 옛마을 사람들은 닷새마다 열리는 태화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뒤 서로의 안부를 묻는게 고작이다.

울산혁신도시 행복문화주간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들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장’이라고 한다. 좋은 취지를 좀더 충실하게 살리려면, 울산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지금 주민들의 화합만을 배려할 게 아니라 어쩌면 지금의 이 땅이 혁신도시가 되도록 숨은듯 삶터를 일궜던 옛마을 사람까지 불러 내 예전을 추억하고 함께 웃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2021 혁시도시 행복문화주간’은 10월의 마지막날 31일까지 이어진다. 주중엔 공연(영상)이 이어지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자동차극장도 운영한다. 토요일엔 공룡발자국공원에서 행복문화나눔장터도 열린다. 각종 수공예제품과 생활용품, 도서와 인테리어용품을 사고파는 아트마켓이다. 그 옆에선 어쿠스틱밴드의 버스킹까지 펼쳐진다고 한다. 이번 주말엔 그 동안 집안에만 계셨던 어르신을 모시고 볕좋은 시간을 골라 산보하듯 다녀와야겠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