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숲속 짓다 만 나무집 ‘안과 밖’ 경계에 질문 던지다
2021-10-29 홍영진 기자
태화강국가정원 철새공원 언저리에 은행나무숲이 있다. 홀로 앉아, 오랜 시간, 오롯이 늦가을 감성을 만끽하는 비밀의 공간이다. 이맘때부터 은행잎이 샛노랗게 물들며 오가는이 모두가 발을 떼지못하고 서성이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만큼 단풍빛이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늘 아래에 세워진 ‘나무집’ 앞에서 잠시나마 사색에 젖으며 아쉬운 마음 달랠 수밖에.
조경재 작가는 우리 주변 사물과 공간의 관계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시각적, 공간적 경험에 대한 확장된 접근 방법을 실험 해 왔다고 한다. 그는 이번 설치미술제에 참여하면서 인위적 자연공간인 태화강국가정원에 대해 이 공간이 과연 자연인지, 인공물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또하나, 인간이 만든 모든 공간에는 안과 밖이 존재하는데 자연에서도 안과 밖의 구별이 가능한 것인가를 질문하고 그것의 시각적 개념을 설치작품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벽과 문, 그리고 창문들은 안과 밖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지만 동시에 그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들을 만들어낸다. 실제 공원에 존재하는 자연들, 나무와 땅, 빛과 바람을 통해 인위적 안과 밖의 구별을 모호하게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열린 현관으로 들어 선 그 곳이 안인지 밖인지 모호하다. 가벽, 창틀, 벽면을 따라 나무집 속으로 들어서거나 혹은 나오거나. 모호한 그 집 앞에 주의를 요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세게 흔들거나 기대지 마세요.’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