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24회 울산건축대전 및 회원전을 앞두고
1997년 한국건축가협회 울산광역시 건축가회가 탄생한 이후 24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울산의 사회문화적 여건과회원들의 사고 변화 등에 따라 울산건축가회의 형태와 내용은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치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울산건축가회가 추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건축은 건축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시대를 대변한다. 이는 다양한 건축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도시 한복판을 한 번 들여다보자. 전제군주 시대에는 왕궁을, 종교 융성 시절에는 종교 건축물을, 국가 중시 시대에는 행정기관을 위한 공공 건축물을, 개인 중심 시대에는 공원이나 커뮤니티 공간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흐름에 따라 대표하는 건축물의 형태와 내용도 달랐다.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대에는 지금은 사라진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처럼 기하학적 매스를 가진 초고층 건축물들이, 지역문화를 추구하는 세대에는 지역 건축양식을 반영한 건축물들이, 개인의 개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세대에서는 과거의 건축양식을 과감히 벗어 던진 실험적 건축물들이 각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건축물이 추구하는 형태와 내용들은 건축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양식에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건축가회가 탄생부터 추구해온 목적이자 가치가 바로 이것이다.
1997년 이후 울산건축가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 목적과 가치만은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가치의 유지와 가치의 실현은 별개의 문제다. 지난 24년 동안 울산건축가회의 목적과 가치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 즉 울산의 건축물이 울산시민들의 생각과 생활양식의 변화를 어느 정도나 이끌었는지를 돌아볼 때, 울산건축가회의 회원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아마도 그 누구도 긍정적인 평가에는 자신없어 하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있다. 산업수도 울산이라는 절대적인 이미지로 인한 한계, 울산 건축문화를 선도할 건축가들의 현실적인 어려움, 불충분한 관심과 노력 등이 겹쳐 목적에 상응해야 할 결과는 사실상 미미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지난 24년간 울산건축가회가 목적과 가치 실현을 위해 걸어온 족적은 뚜렷하다. 특히, 건축을 전공하는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주제로 매년 진행해 온 울산건축대전과 건축가회의 회원들의 생각들을 표현하는 회원전은 울산건축가회의 목적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올해 24회를 맞이하는 울산건축대전과 회원전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현재 시대적 요구인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공간인 학교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울산건축대전과 울산의 자랑거리인 태화강 국가정원에 대한 새로운 공간해석을 제시하는 울산건축가회 회원전을 통해서 울산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24회를 맞는 울산건축대전과 회원전(11월3~5일·울산문예회관)은 그동안 울산건축회의 목적(가치)을 실현시키기 위한 토대 역할은 했음에도 직접적으로 울산건축문화를 형성하고 울산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촉매 역할은 미흡했다고 본다. 물론, 울산건축대전과 회원전만 가지고는 울산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울산건축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 과한 기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일종의 촉매 역할을 위한 방안을 제공하고 울산시민과 관련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실천력을 가져다 줄 수는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울산건축대전과 회원전은 새롭게 재탄생되어야 할 것이다. 시대적 요청에 대한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와 건축인들만 모여 고민하고 자축하는 연례행사가 아닌 울산시민들의 삶과 울산건축문화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년 제25회에는 울산건축가회 회원들과 건축인들이 함께 고민한 결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기대한다.
우세진 울산건축가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