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조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올해는 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왔다. 오색빛깔 단풍을 눈에 담기도 전에 나무들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고 무더운 여름 내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가을단풍으로 달랠 겨를도 없이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이 성큼 다가왔다.
11월은 소방조직에 특별한 달이다. 소방의 업무 하나하나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해 화재예방 활동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74회를 맞이하는 ‘불조심 강조의 달’은 월동 준비와 함께 급증하는 난방기구 사용으로 인한 주택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겨울철 특성상 난방기구 사용이 많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활동이 증가하면서 주택 화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겨울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생활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에서는 시민이 일상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기 위해 TV나 SNS 등 언론 매체를 통한 화재예방 홍보, 불조심 포스터 공모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시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는 겨울철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화재예방을 위한 일상 속에서 안전한 습관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나와 가족의 안식처인 주거공간 내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일이다. 평소 익숙하게 사용하던 난방기구 사용법과 관리방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자녀와 함께 우리집 소방시설과 대피방법 알아보기,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화재감지기) 설치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 화재예방에 동참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화재 통계에 따르면 전체 화재 910건 중 겨울철에 발생한 화재는 334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으며 그 다음으로는 전기적인 요인으로 화재 발생이 많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전열기구 사용 이 급증하며 전열기구 과열로 화재가 가장 많았는데 과전압과 누전, 제품 노후화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전열기구 화재는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다. 전기장판은 난방비 절약을 위해 사용하는 겨울 필수품 중 하나인데 사용 전 온도조절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사용 후에는 동그랗게 말아서 보관해야 한다. 전열기구 화재 사례들 중 전기장판을 접어서 보관하다가 접혀있던 부분에서 누전으로 화재로 이어졌던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하나의 콘센트에 다량의 기구를 연결해 문어발식으로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가정에서는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가벼운 습관으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주택 화재를 대비해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화재감지기) 설치는 이제 필수이자 의무가 됐다. 화재 발생 시 소화기와 감지기는 화재 초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에 화재예방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팀 스포츠가 그렇듯이 선수 한 명만 잘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화재예방은 팀 스포츠와 같다고 생각한다. 소방에서 아무리 좋은 예방정책을 내놓고 홍보를 해도 시민들의 의식변화와 협조가 없으면 완벽한 화재예방을 꿈 꿀 수 없다.
소방과 시민이 한 팀이 돼 화재예방에 힘쓴다면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거공간에 화재의 위험성이 없는지 사전에 찾아보고 확인해 사랑하는 가족의 안전을 지키자.
박중규 울산 동부소방서장